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11월 5일 오전 6시30분. 평소라면 자도 자도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잠을 메꾸려 이불 속에 파묻혀 있을 시간이다. 걷기대회에 나간다고 하니, 직장동료가 아침에는 일교차가 커 꽤 추울 거라고 지레 겁을 줬다. 한겨울에나 입는 검은색 롱패딩을 꺼내 입었다. 침낭에 묻힌 듯한 차림새로 집 밖으로 나서자마자, 조언을 듣길 잘했다고 느꼈다.


어느 정도 사람이 모이자, 준비운동이 시작됐다. 반팔을 입은 체육지도사 두 분이 앞에 나와 시범을 보였다. ‘이 날씨에 안 춥나?’ 걱정이 됐다.

준비가 끝나고, 걷기가 시작됐다. 양 떼가 우르르 몰려가듯 사람들이 출발했다. 어쩜 다들 이렇게 잘 걷는지. ‘파워워킹(Power Walking)’을 하는 사람들에 휩쓸려 한참을 걸었다. 평소 잘 걷지 않아서일까, 금방 숨이 찼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따라가겠다고 용을 쓰다가, 100m도 안 돼서 뒤처졌다. 뒤처진 김에, 빨리 걷자는 생각을 버렸다.

어르신과 두런두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반환점에 도착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앞서가고, 썰렁한 반환점만 지각생들을 반겼다.

걷다보니, 저 멀리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때 걷기가 곧 인생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야이던지 앞선 사람을 따라잡거나, 추월하기 위해서는 뒤에 있는 사람은 엄청난 노력을 해야겠구나. 당연한 이치이겠으나, 직접 걸으면서 와닿는 느낌이 또 달랐다. 나만의 보폭, 나만의 속도로 걷다보니 금세 출발점이었다. 길을 다 걷는데는 1시간 반이 걸렸다.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하늘도 놀랬나 보다. 답지 않게 부지런을 떤 상일까. 행운권 추첨에서 당첨돼 커피포트를 받았다.
내 주변에도 몇몇 ‘걷기 전도사’들이 있다. 그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걷기의 효과를 칭찬한다. 직접 걸어보기 전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요즘 뭘 해도 무기력하고, 기운이 안 난다면 걸어보자. 코로나19 방역단계가 조금 완화되며 동네마다 걷기대회도 열리고 있으니, 시기도 제격이다. 걷기대회가 아니라도, 더 추워지기 전에 동네 한 바퀴 걸어보는 건 어떨까? 인생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으로 바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