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코로나와 함께 맞는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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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향만리] 코로나와 함께 맞는 가을에
  • 정삼조 시인
  • 승인 2020.1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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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이제 11월에 접어들었으니 늦가을이 되었다. 우리 사는 곳이 남쪽이라 아직 단풍도 다 물들지 않았지만 얼마 안 가 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겨울이 금방 닥치리라. 하지만, 해마다 맞는 가을이고 그 정취도 그대로인데 올해는 이 계절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예년 같으면 단풍 나들이 한 번쯤 다녀오지 않으면 서운함을 느꼈을 사람들이 올해는 잠잠하다. 단체 여행보다는 소규모 개별 여행이 장려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는 익숙해지기도 한 ‘집콕’을 고수하는 탓이기도 할 것이다. 올해 내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른바 코로나19 감염병이 우리의 관습이 되다시피 한 연례행사를 갈아치운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이 감염병이 큰 위험 수위는 벗어났다는 판단 아래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 조정하여 일상생활의 규제가 많이 완화된 형편이지만, 세계의 다른 여러 나라는 사정이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 감염병의 2차 대유행으로 말미암아 미국에서는 이 감염병이 대통령 선거전의 큰 논쟁거리가 되었고, 과거 우리가 선진국으로 부러워 마지않았던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정부의 규제로 인해 실직하거나 삶의 자유를 유보할 수밖에 없게 된 사람들의 항의 데모가 뉴스감이 되고 있다. 인도, 남미 여러 나라의 참상도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방역 당국은 최근 하루 확진자가 100명 이상을 지속하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5단계로 세분하여 철저한 방역 체계를 쌓고자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감염병의 확산을 이만큼 방지한 것만 해도 우리는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외신은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뜻하지 않은 감염병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본의 아니게 높아진 데에는 그 역할에서 우리 방역 당국도 훌륭하고 의료진의 온갖 희생도 감사하지만, 우리 국민의 노고를 새삼 기리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적 대재난 앞에서 우리 대다수 국민은 자신의 피해를 감내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정부의 정당한 호소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안다. 이 국민 개개인의 힘이 모여 건강한 대한민국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 가을을 가을답게 맞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단지, 여행의 불편은 다소 있을지라도 이 가을이 주는 전통적 기약, 독서라든지 사색이라든지 아니면 한 해의 소득을 갈무리하는 일 등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우리는 코로나와 가을을 병행하는 일을 해낼 능력을 충분히 갖춘 사람들이다.

경상남도문인협회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문인들의 글을 수록하여 발간한 책, 『사람의 향기에 취하다』에 실린 임채주 시인의 시조 「텅 빈 일상」 세 수 중 처음 한 수를 소개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대란이 일었을 때, 한 익명의 장애인이 파출소 앞에 11장의 마스크를 놓아두고 간 일을 시화한 것이다. 

“마스크 열한 장과 고이 접힌 손편지/ 파출소 앞 노란 봉투 다급히 놓고 갔다/ 따뜻한 익명의 몸짓 꽃망울로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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