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우리말 쓰기 : ‘알려라, 더 넓게 더 쉽게’

<알려라, 더 넓게 더 쉽게>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의 지원으로, 경상대학교국어문화원‧사천시‧뉴스사천이 함께 싣습니다. 사천시가 발표하는 공고‧고시문을 경상대 국어문화원이 쉬운 우리말로 다듬은 뒤 뉴스사천이 기사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어렵고 딱딱하고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쓰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및’은 공고문을 비롯한 많은 공공 언어에서 자주 나타나는 표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및’은 ‘그리고’, ‘그 밖에’, ‘또’의 뜻으로, 문장에서 같은 종류의 성분을 연결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실제 글에서 사용된 ‘및’은 같은 종류의 성분을 연결할 때뿐 아니라 ‘또는’의 뜻으로 풀이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의미 해석이 가능한 ‘및’을 공고문에 많이 사용하면 의미를 모호하게 전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연말에 수능을 끝낸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인행사를 하는 기업이 ‘학생증 및 수험표를 챙겨 오라’고 했을 경우, 고3 학생은 학생증과 수험표를 둘 다 챙겨야 할까? 아니면 둘 중 어느 하나만 챙겨도 가능할까? 이런 모호함 탓에 다툼도 일어나곤 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및’보다 ‘와/과’, ‘그리고’, ‘또는’이나 쉼표(,), 가운뎃점(・)과 같이 그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표현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천시 공고 제2020-1289호’에도 ‘및’이란 단어가 여러 번 나타나 있다.

먼저 공고문 원문의 첫 줄에 쓰인 ‘「도시가스사업법」 제19조의3 및 「사천시 단독주택 도시가스 공급사업 보조금 지원 조례」’라는 표현에 쓰인 ‘및’은 ‘그리고’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또 ‘4. 지원대상 및 제외대상’도 그 아래 항목에서 ‘가. 지원대상’과 ‘나. 제외대상’이 있으므로 ‘그리고’의 뜻인 셈이다. 따라서 두 표현 모두 ‘와/과’를 사용해 ‘「도시가스사업법 제19조의 3과 「사천시 단독주택 등 도시가스 공급사업 보조금 지원조례」’, ‘4. 지원 대상과 제외 대상’으로 쓴다. 

마찬가지로, 공고문 원문의 마지막 줄에 쓰인 ‘신청 및 방법 등을 아래와 같이 공고합니다’라는 표현은 신청 방법과 선정 방법을 알린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와/과’ 또는 ‘그리고’를 쓸 수 있으며, ‘방법’이라는 요소가 중복되므로 가운뎃점(・)을 사용하여 ‘신청・선정 방법’이라고 쓰는 것이 좋다.

반면에 ‘토지소유자 및 기타 이해관계인은 의견을 제출해 주십시오’라는 문장에선 ‘및’이 ‘또는’으로 쓰였다. 맥락에 비추어 이 문장을 해석하면, ‘토지소유자’나 ‘기타 이해관계인’이면 둘 중 누구라도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때는 ‘토지소유자 또는 기타 이해관계인은 의견을 제출해 주십시오’라고 쓰는 것이 좋다.

이밖에 이 공고문의 제목 ‘2021년 도시가스 공급구역 확대 보조금 지원사업 대상지역 신청 공고’는 명사를 지나치게 많이 나열했고, 불필요한 단어가 들어 있어 전달력이 떨어진다. 이보다는 ‘2021년 도시가스 공급 구역 확대를 위한 보조금 지원 사업 신청 안내’가 더 쉽다. 하나의 문장으로 이뤄진 공고문의 본문도 너무 긴 만큼 문장을 둘로 쪼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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