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먹사모’ 김재우·장도욱 씨를 만나다
전국장애인예술제서 ‘서예 대상·문인화 입선’ 수상

사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먹사모 회원 장도욱 씨(사진 왼쪽), 김재우 씨가 김 씨의 작품 ‘만리뢰’를 가운데 두고 포즈를 취했다.
사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먹사모 회원 장도욱 씨(사진 왼쪽), 김재우 씨가 김 씨의 작품 ‘만리뢰’를 가운데 두고 포즈를 취했다.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지난 22일 찾은 사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한 교실. 내부로 들어서자 코끝으로 묵향이 훅 끼쳤다. 저마다 붓 한 필을 쥐고 서예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단순한 서예 모임인가 싶었는데, 조금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왔다. 휠체어에 앉아 신중하게 서예를 하는 사람, 자리에 일어서서 떨리는 손으로 먹을 갈고, 한 자 한 자 적어내려 가는 사람. 사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자조모임 ‘먹사모(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의 수업 풍경이다. 

현재 14명으로 구성된 먹사모 회원들은 매주 월‧화‧목 복지관에서 서예와 문인화 실력을 갈고닦는다. 월요일은 먹사모 회원들의 자습시간이고, 화요일과 목요일은 지도 선생님과 함께 서예, 문인화 수업을 진행한다.  

곧이어 인터뷰 주인공인 보천 김재우(63) 씨와 우정 장도욱(75) 씨를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최근 ‘제33회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에서 각각 서예 부문 대상과 동양화 부문 입선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뿐 만 아니라 두 사람은 개천미술대상전, 대한민국장애인서예‧미술대전 등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한 실력자들이다. 수상작품은 서울 전시를 거쳐 11월에는 온라인 전시로, 12월에는 경북도청에서 찾아가는 전시회로 만나볼 수 있단다. 

불편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서예를 하고 있는 김재우 씨. 힘있고 시원시원한 필체가 돋보였다.
왼손으로 서예를 하고 있는 김재우 씨. 힘있고 시원시원한 필체가 돋보였다.

먹사모 현 회장인 김재우 씨는 서예를 접한 지 5년 정도 됐다. 그가 이번에 대상을 받은 작품은 박은 선생의 시 ‘만리뢰(萬里瀨)’를 적은 서예 작품이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장애인복지관에 못 나오고 집에서 비대면으로 작업을 했어요. 대상이라는 것도 10월 15일 날 서울에 시상식 가서 알았어요. 가문의 영광이죠. 복지관에서 많이 지원해 준 덕 아니겠습니까.”

작품을 들고 김 씨가 설명을 이어갔다. 1977년 불의의 사고로 오른손을 다친 그는 의수를 착용하고 있었다. 김 씨는 평소 왼손으로 글씨를 쓴단다. 

“손 다치기 전에 학창 시절 때도 글씨 쓰는데 소질이 좀 있었제. 요새는 애들이 글을 직접 안 쓰는데 옛날에는 다 손으로 썻다 아이가.(하하)” 

묵향이 참 좋아서 서예를 시작하게 됐다는 그는 적성에 맞는 취미를 찾았단다. 

“특별히 앞으로 대가가 되려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서예‧문인화를 한다고 하면 남들이 보기에도 ‘참 멋있는 취미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어요? 마음도 차분해 지고 수양도 됩니다. 복지관에서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여러 가지로 ‘일거양득’이지예.”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한글 서예를 쓰고 있는 장도욱 씨.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한글 서예를 쓰고 있는 장도욱 씨.

올해 7년째 먹사모 활동 중이라는 장도욱 씨는 이번 대회에서 ‘묵란’이라는 동양화로 수상했다. 동양화에서는 국화와 난초를 주로 그린다는 그는 서예와 문인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서예, 문인화는 절대 산만하면 안 됩니더. 엄청난 집중이 있어야 해요. 완성도 없고. 그래서 끝없이 한정 없이 그려야 되는 기라.”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라며 특별한 수상 소감은 없다고 솔직하게 답한 장 씨는 먹사모 활동의 목적을 짚었다. 25년 전 교통사고로 허리와 다리를 다쳤다는 그는 자신은 ‘경증’이라며 웃어 보였다.

“우리는 경증인 편이지만 다른 회원들 중에서는 뇌졸중, 심근경색, 중풍 등을 앓아 손발을 정상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요. 다리도 제대로 안 움직이는 사람도 있꼬. 자조모임 먹사모의 취지가 장애인 재활 목적으로 시작한 겁니더.” 

사천시장애인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자조모임 '먹사모' 회원들의 수업 모습.
사천시장애인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자조모임 '먹사모' 회원들의 수업 모습.

앞으로의 바램을 묻자 두 사람은 모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요즘은 비장애인도 사촌이나 먼 친척까지 가면 집안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한 명은 있다고 하데요.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지요. 0.01초 순간의 사고로 후천적 장애인들이 된 사람이 많아요. 뇌를 다치거나 하지 않는 이상 비장애인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세끼 먹는 사람입니다.”

장 씨는 끝으로 먹사모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매년 연말에 먹사모 자체 회원전을 합니다. 우리 같은 장애인들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전시를 하거든요. 관심 있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장애인이라고 깔보는 사람도 있어요. 회원들 모두 장애를 극복하고 정성을 다해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항상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열심히 해나가는 거죠. 편견을 깨나가야 되지 않겠습니까.(하하)”

사진 왼쪽부터 사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류화정 팀장, 장도욱 씨, 김재우 씨, 탁호민 사회복지사.
사진 왼쪽부터 사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류화정 팀장, 장도욱 씨, 김재우 씨, 탁호민 사회복지사.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