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우리말 쓰기] ‘알려라, 더 넓게 더 쉽게’

<알려라, 더 넓게 더 쉽게>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의 지원으로, 경상대학교국어문화원‧사천시‧뉴스사천이 함께 싣습니다. 사천시가 발표하는 공고‧고시문을 경상대 국어문화원이 쉬운 우리말로 다듬은 뒤 뉴스사천이 기사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어렵고 딱딱하고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쓰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편집자-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공고문(또는 고시문)은 국민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글이기에 필요한 정보를, 알맞은 양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 특히 정보량이 많을 때는 그 정보들을 일렬로 제시하기보다 표로 정리하거나 유형별로 묶는 등 체계적으로 배열하면 공고문을 읽는 사람이 더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이는 공공언어의 요건 가운데 소통성과 관련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사천시의 제2020-326호 고시문으로, 관내의 빈집 실태 조사 계획을 알리는 글이다. 그런데 제목부터 어색함이 엿보인다. 원제목이 ‘사천시 빈집실태조사를 위한 조사계획 고시’인데, 굳이 ‘조사’라는 단어를 두 번 반복할 필요가 없다. 자칫 ‘빈집 실태 조사를 위한 또 다른 조사를 계획한다’고 오해를 부를 수 있는 탓이다. 그래서 제목을 ‘사천시 빈집 실태 조사 계획 고시’로 바꿔 보았다.

이어지는 고시문 본문 ‘사천시 관내 빈집 또는 빈집으로 추정되는 주택에 대하여 빈집정비계획 수립 등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실태 조사를 아래와 같이 실시합니다.’도 매끄럽지가 못하다. 먼저 ‘위한’이란 단어가 반복으로 쓰여 문장이 자연스럽지 않다. 또 고시문의 핵심 내용은 ‘빈집 정비 계획을 세우기 위해 빈집 실태 조사를 한다’는 것인데, 그 뜻이 쉽게 전달되지도 않는다. 생략한 주어까지 챙겨 넣어 문장을 다듬으면 ‘사천시는 빈집 정비 계획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자 사천시 관내 빈집 또는 빈집으로 추정되는 주택에 대한 실태 조사를 아래와 같이 실시합니다.’가 된다.

끝으로 앞에서 언급한 ‘정보의 적절한 나열 방법’에 관해 살필 대목도 있다. 바로 ‘5. 조사의 내용’ 부분이다. 여기선 ‘실태 조사’에 포함되는 내용을 나열하고 있는데, 빈집의 소재, 관리 상황, 방치 기간, 대지에 설치된 시설, 빈집의 안전 상태, 설계 도서 현황, 빈집의 발생 사유 등 항목이 다양하다. 조사 항목을 일곱 줄로 나누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쉼표(,)나 빗금(/)을 표시해 같은 줄에 담았다. 이때 쉼표나 빗금으로 묶은 조사 내용이 서로 관련이 깊어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빈집의 가장 기초적인 정보와 부수적인 주변 환경 등에 대한 정보가 순서에 상관없이 배열된 인상을 준다는 얘기다.

이에 새롭게 제안하자면, ‘빈집 여부’와 ‘소재지’를 가장 먼저 함께 쓰고, 빈집의 행정적 정보와 관련된 ‘소유권 등 권리 관계’와 ‘설계 도서’를 함께 쓴다. 다음으로 빈집의 자세한 정보와 관련된 ‘발생 사유’, ‘관리 상황’, ‘방치 기간’을 함께 쓴다. 이어서 ‘설치된 시설 또는 인공 구조물’, ‘안전 상태’, ‘인접한 도로와 건축물 등의 현황’, ‘소유자의 의견’을 차례로 나열한다. 이렇게 써야 읽는 이에게 더 편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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