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천, ‘탐방로’로 무지갯빛 도약을 꿈꾸다
④ 진안군 마이산

마이산을 찾은 이들이 가장 인상적인 곳을 꼽는다면 ‘탑사’가 아닐까. 마이산의 자연석을 이용해 쌓아올린 80여 개의 돌탑이 신비하면서도 기이한 풍경을 자아낸다.
마이산을 찾은 이들이 가장 인상적인 곳을 꼽는다면 ‘탑사’가 아닐까. 마이산의 자연석을 이용해 쌓아올린 80여 개의 돌탑이 신비하면서도 기이한 풍경을 자아낸다.

[뉴스사천=고해린·오선미 기자] 사천시와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가 올해 신규사업으로 ‘한려해상 일곱빛깔 무지갯빛 탐방로’ 사업을 제안했다. 무지갯빛 탐방로 사업은 삼천포 실안에서부터 저도-마도-신도-늑도-초양도를 거쳐 대방 대교공원을 잇는 사업이다. 사업의 핵심은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탐방로 조성이다. 탐방로는 환경을 크게 파괴하지 않으면서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분명히 아니다. 이에 <뉴스사천>은 타지역 사례를 살펴보고, 탐방로 사업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북부 주차장 쪽의 사양제 호수에서 바라본 마이산. 암·수 두 봉우리가 말의 귀 모양을 닮았다.
북부 주차장 쪽의 사양제 호수에서 바라본 마이산. 암·수 두 봉우리가 말의 귀 모양을 닮았다.

말의 ‘귀’ 닮은 ‘마이산’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 좋은 마이산(馬耳山)을 찾은 건 지난 7월 중순이었다. 마이산은 진안읍 단양리와 마령면 동촌리의 경계면에 걸쳐있다. 산은 진안읍에서 서남방향으로 3km 지점에 위치하고, 해발고도 300m 정도인 진안고원의 중앙에 있다.

산은 해발 687.4m의 암마이봉과 681.1m의 숫마이봉이 쌍을 이루고 있다. 마이산은 신라시대에 서다산(西多山), 고려시대엔 용출산(湧出山), 조선 초에는 속금산(束金山)으로 불렀다. 현재 이름인 마이산은 조선시대 태종이 암수 두 봉우리를 보고 그 모습이 말의 귀와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마이산은 1979년 10월에 권역 16.9㎢가 전라북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고, 1983년 8월에는 전라북도 지방기념물 제66호로 지정됐다. 2003년 10월엔 마이산 권역 160여㎢가 명승 제12호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돼 진안군수가 위탁관리하고 있다. 

마이산은 ‘천연 콘크리트’라는 별명을 가졌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마주 선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자갈과 모래가 한데 섞인 역암으로 구성됐다. 마이산은 중생대 백악기 말 진안분지에서 형성된 퇴적암이 오랜 세월 융기와 침강을 반복하다 지각변동으로 인해 지표면에 노출된 것이다. 또한 마이산 봉우리 기슭의 숲 속에는 은수사라는 절이 있고, 은수사 밑에는 크기와 높이가 제각각인 돌탑들이 장관을 이룬 탑사가 자리하고 있다. 산봉우리 군데군데서 볼 수 있는 커다란 구멍인 ‘타포니 지형’과 겨울철 볼 수 있는 ‘역고드름 현상’도 마이산의 신비함을 더하는 볼거리다.

처음 120개 정도였던 탑은 현재 80여개가 남았다고 한다. 탑을 쌓은 이는 이갑룡 처사로 알려져 있다.
처음 120개 정도였던 탑은 현재 80여개가 남았다고 한다. 탑을 쌓은 이는 이갑룡 처사로 알려져 있다.

80개 ‘돌탑’이 이루는 신비함

마이산에는 은수사, 금당사, 북수사, 이산묘, 탑영제 등 여러 볼거리가 있다. 하지만 마이산을 찾은 이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열이면 열이 ‘탑사’라고 할 것이다. 은수사 밑 골짜기에 자리한 탑사를 마주하면, 그곳이 왜 탑사라 불리는 지 단번에 납득이 간다. 돌탑으로 빼곡한 탑사의 신비한 풍경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13m 높이의 천지탑을 비롯해 자연석으로 쌓인 돌탑들이 이색적이다. 특히 마이산에서도 기가 가장 쎈 것으로 알려진 천지탑은 음탑과 양탑이 쌍을 이루고 있다. 왼쪽은 땅, 오른쪽은 하늘을 뜻하는 천지탑은 마이산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처럼 음양의 조화를 담고 있었다.

마이산에서도 기가 쎈 것으로 알려진 천지탑.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처럼 음탑과 양탑이 쌍을 이룬다.
마이산에서도 기가 쎈 것으로 알려진 천지탑.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처럼 음탑과 양탑이 쌍을 이룬다.

처음에는 120개였다는 탑은 현재 80개 남짓 남았다. 이 탑들을 쌓은 이는 이갑룡(1860~1957) 처사로 알려졌다. 이갑룡 처사가 돌탑을 쌓는 데 3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돌탑들의 형태는 일자형, 원뿔형이 대부분이고 크기는 다양하다. 탑들은 인위적인 방식이 아닌 주변의 자연석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쌓여진 것이다. 큰 판석 사이로 작은 돌들을 끼워 넣어 흔들림이 없도록 처리했다. 치밀한 구성으로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왔다. 

탑사 곳곳에서 ‘탑에는 손을 대지마십시오’라는 경고 문구가 보였다. 

마이산 탑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들. 사진 왼쪽부터 탑사옆 암마이봉에서 물줄기가 흘러내린 자국, 겨울이면 역고드름이 솟아오르는 정화수 그릇, 1983년 심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능소화 모습이다. 
마이산 탑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들. 사진 왼쪽부터 탑사옆 암마이봉에서 물줄기가 흘러내린 자국, 겨울이면 역고드름이 솟아오르는 정화수 그릇, 1983년 심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능소화 모습이다. 

마이산 탑사는 그 자체가 가진 기이한 풍경 외에도 색다른 볼거리들이 있다. 여름 장마철에는 쏟아지는 비가 탑사 옆 암마이봉에서 고였다 흘러내린다. 물줄기가 꼭 폭포처럼 탑사 쪽으로 쏟아져 비경을 만들어낸다. 겨울에는 탑사 곳곳에 놓인 정화수에서 하늘을 향해 역고드름이 솟아오른다. 보통 고드름이 위에서 아래로 향하지만, 마이산은 그 반대다. 그릇 안에서 물이 얼며 부피가 커지면, 덜 얼어붙은 표면으로 물이 밀려나와 생긴다. 작년에는 10~16cm 크기의 역고드름이 생겼다고.

탑사 근처에는 1983년에 심어진 능소화가 있다. 하늘을 향해 피어오른 능소화는 암마이봉의 벽면에 뿌리를 내렸다.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능소화는 목을 까마득하게 젖혀야 한 눈에 담긴다. 6~8월에는 절벽에 피어난 주홍빛 능소화를 보려는 사람들로 탑사가 북적인다.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변하는 아름다운 자연과 잘 정비된 탐방로 때문에 많은 이들이 걸으러 오는 곳이다. 사진은 마이산 곳곳의 탐방로 모습이다.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변하는 아름다운 자연과 잘 정비된 탐방로 때문에 많은 이들이 걸으러 오는 곳이다. 사진은 마이산 곳곳의 탐방로 모습이다.

마이산 ‘탐방로’ 걷기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다르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돛대의 모습을 닮아서 ‘돛대봉’, 여름에는 두 봉우리가 용뿔처럼 보여 ‘용각봉’, 가을에는 말의 귀를 닮아 ‘마이봉’, 겨울에는 봉우리에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 끝처럼 보여 ‘문필봉’으로 불린다. 

취재에 동행한 박연숙 문화관광해설사가 탑영제와 마이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취재에 동행한 박연숙 문화관광해설사가 탑영제와 마이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탐방로가 잘 정비된 곳이라 등산객을 비롯해 걷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다. 남부주차장에서 시작해 등산객들이 많이 걷는 코스로 걸었다. 남부주차장에서 금당사, 탑영제, 탑사, 은수사를 거쳐 암수 마이봉 사이의 천황문을 지나 북부주차장으로 향했다. 

마이산 남부에서 탑사까지는 산책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완만한 코스다. 특히 봄이면 마이산 남부의 이산묘와 탑사를 잇는 1.5km 길에 벚꽃이 만발해 마이산 벚꽃축제가 열린단다. 탑영제 호수에 비친 풍광을 즐기며 30여분 정도 찬찬히 걷다보면 마이산의 명소 탑사가 나온다. 탑사 인근에서는 차별적 풍화작용에 의해 역암이 깎여 나간 타포니 현상을 볼 수 있다. 풍화혈이라고도 불리는 타포니에도 오래 전 암벽등반을 하던 이들이 재미로 쌓았다는 석탑이 세워져 있었다.  

마이산은 자갈과 모래가 한데 섞인 역암으로 구성됐다. 봉우리 곳곳에서 차별적 풍화작용으로 생긴 구멍인 타포니 지형을 볼 수 있다.
마이산은 자갈과 모래가 한데 섞인 역암으로 구성됐다. 봉우리 곳곳에서 차별적 풍화작용으로 생긴 구멍인 타포니 지형을 볼 수 있다.

탑사를 지나면 고려의 장수였던 이성계가 왕조의 꿈을 꾸며 기도를 드렸던 은수사(銀水寺)가 나온다. 은수사라는 이름은 기도 중에 마신 샘물이 은같이 맑아 붙여졌다. 은수사에는 이성계가 기도를 마친 증표로 심었다는 청실배나무가 우뚝 서있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은수사 태극전에는 왕권의 상징인 금척을 받는 몽금척수수도와 일월오봉도가 있다. 

태조 이성계가 은수사에서 기도를 마친 기념으로 심었다는 청실배나무.
태조 이성계가 은수사에서 기도를 마친 기념으로 심었다는 청실배나무.

뒤이어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의 중간지점인 천왕문이 등장한다. 천왕문은 금강과 섬진강을 나누는 분수령이 되는 곳이다. 천왕문에서 수마이봉 쪽으로는 화엄굴이 있다. 

두 봉우리를 지나 북부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508개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완만하게 포장된 ‘연인의 길’이다. 연인의 길 곳곳에는 스마일존, 뽀뽀존, 키스존, 프러포즈존 등 연인들을 위한 포토존이 군데군데 만들어져 있다. 연인의 길 1.9km 구간은 관광용 전기자동차로 다닐 수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인의 길 조형물, 연인에 길에 설치된 프러포즈존, 사양제 호수 옆의 나무데크길, 사양제 호수에서 바라본 마이산.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인의 길 조형물, 연인에 길에 설치된 프러포즈존, 사양제 호수 옆의 나무데크길, 사양제 호수에서 바라본 마이산.

산을 내려오면 아름답게 조성된 사양제가 눈에 들어온다. 사양제는 남부의 탑영제와 쌍을 이루는 호수다. 사양제 곳곳은 바람개비와 수상 나무 데크가 갖춰져 있어 가볍게 걷기 좋다. 마이산의 봉우리가 거울처럼 호수에 비치는 사양제는 연인이나 가족 단위로 찾아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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