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바리안마을에는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사진은 연중 운영하는 ‘삼색찐빵 만들기’ 체험 모습이다.(사진=우천바리안마을)
우천바리안마을에는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사진은 연중 운영하는 ‘삼색찐빵 만들기’ 체험 모습이다.(사진=우천바리안마을)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다. 그 와중에 최근 사남면에 있는 우천바리안마을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제7회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소득·체험 분야 1위를 차지했다는 것.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는 지역의 우수사례를 전파해 농촌 공동체의 활성화를 꾀하자는 취지로 매년 열린다. 우천바리안마을이 어떻게 전국 1498개의 쟁쟁한 마을들 중에서 ‘소득·체험’ 분야 1위로 거듭나게 됐는지 궁금했다. 이에 10월 8일 <뉴스사천>이 우천바리안마을을 찾았다.

우천바리안마을은 배부른 소가 냇가에서 쉬는 형상을 하고 있다. 발우처럼 마을을 둘러싼 산들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우천바리안마을은 배부른 소가 냇가에서 쉬는 형상을 하고 있다. 발우처럼 마을을 둘러싼 산들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사남면에는 벼가 한창이었다. 나락이 노랗게 물든 논 사이로 10여 분을 달렸다. 곧이어 우천바리안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은 뒤로는 와룡산, 앞으로는 구룡저수지 끝자락을 끼고 조붓하게 자리했다. 우천마을은 배부른 소가 냇가에서 쉬는 형상을 하고 있어 우천(牛川)이란 이름이 붙었다. 여기에 마을을 둘러싼 산들이 스님의 밥그릇인 ‘발우’를 닮아 우천바리안마을이 됐다. 마을에서 생산된 삼베 한 필이 발우 안에 모두 담긴다 해서 지어졌다는 유래도 있다.

우천숲에서 바라본 구룡저수지 모습.
우천숲에서 바라본 구룡저수지 모습.

우천바리안마을은 모두 36가구다. 주민은 60명으로, 75% 이상이 65살이 넘었다. 지금은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으로 유명하지만,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우천바리안마을 주민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했다. 316ha 크기의 마을은 10분의 1 정도 되는 농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임야다. 주재배 농작물은 블루베리, 오가피, 밀, 대봉감, 키위, 고사리, 우렁이 쌀 등이다.

우천바리안마을 고구마 체험 모습.(사진=우천바리안마을).
우천바리안마을 고구마 체험 모습.(사진=우천바리안마을).

우천바리안마을은 2003년 농촌진흥청이 지정한 전통테마마을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2005년에는 탑라이스사업, 2011년에는 농어촌체험휴양마을, 2018년엔 농협팜스테이마을에 선정됐다. 그 과정에서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바리안꺼 영농조합법인이 구성됐다. 공동 농기계 창고, 우천숲물놀이장, 도농교류체험관, 삼베체험관 등도 갖춰졌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관광객들이 많이 줄었지만, 이번 여름에만 1만 명 이상이 우천숲물놀이장을 찾았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우천바리안마을을 찾은 체험객만 5만7000여 명에 이른다. 3년동안 숲물놀이장, 체험관 운영, 농산물 판매 등으로 올린 수익은 5억 가량이란다.  

작은 고추가 맵다 했던가? 우천바리안마을이 어떻게 작지만 강한 마을이 됐는지, 비결을 들어봤다.

마을 이장이자, 영농조합법인을 대표하고 있는 곽석도(62) 위원장은 ‘마을 고유의 문화와 자원’을 비결로 꼽았다.
마을 이장이자, 영농조합법인을 대표하고 있는 곽석도(62) 위원장은 ‘마을 고유의 문화와 자원’을 비결로 꼽았다.

마을 고유의 문화와 자원 뛰어나

마을 이장이자, 영농조합법인을 대표하고 있는 곽석도(62) 위원장은 ‘마을 고유의 문화와 자원’을 비결로 꼽았다. 

우천바리안마을의 주된 자원은 ‘자연’이다. 30년 전 마을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계곡의 붉은 바위가 마을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해서 주민들이 합심해 숲을 가꿨다. 세월이 지나 숲이 풍성해지고 피서객들이 몰리면서 마을에서 우천숲물놀이장을 운영하게 됐다. 계곡에서는 작년까지 마을 대표 행사인 ‘조각배 축제’가 열렸다. 조각배에 등불을 달아 계곡에 띄우는 이 행사에서는 아름다운 우천숲의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다.

우천바리안마을에서 운영하는 우천숲물놀이장. 코로나19로 많이 줄었지만 이번 여름에만 1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우천바리안마을에서 운영하는 우천숲물놀이장. 코로나19로 많이 줄었지만 이번 여름에만 1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또 하나는 ‘고유의 문화’다. 옛날 우천바리안마을 주민들은 벼농사를 짓지 않는 논밭에 삼베를 심고, 직접 길쌈을 했다. 2007년에만 해도 16가구에서 직접 길쌈을 했단다. 그때만 해도 주민들이 직접 삼을 찌고, 껍질을 벗기고 실을 만들어 베를 짜는 전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삼베를 심지 않아 삼베체험은 사라졌다.

곽 위원장은 “지금은 10분 정도 생존해 계시는데, 나이도 있고 힘든 노동을 하기 어렵다”며 “어르신들이 길쌈을 하면서 부르던 노래가 저마다 달랐는데, 이걸 7분 정도 되는 삼베 노동요로 정리했어요. 삼베 체험은 없어졌지만, 우리 마을의 유산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우천바리안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특별한 점으로 ‘주민 단합’을 꼽았다. 사진 왼쪽부터 한혜숙 씨, 이태순 씨, 강정순 부녀회장. 환한 미소가 마을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우천바리안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특별한 점으로 ‘주민 단합’을 꼽았다. 사진 왼쪽부터 한혜숙 씨, 이태순 씨, 강정순 부녀회장. 환한 미소가 마을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주민 단합’이 짱!

강정순(67) 부녀회장과 주민 한혜숙(62) 씨는 우천바리안마을의 특별함으로 ‘주민들의 단합’을 꼽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이웃집 수저가 몇 개인지 훤할 정도로 가깝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딱이다. 예로부터 두레·품앗이로 마을공동체가 함께 일을 하던 문화가 남아있어, 지금도 서로 도우며 산단다. 길을 지나다가도 도울 일이 있으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마을에서 공동 작업을 할 때는 빼는 사람 없이 나선다고. 특히 고령화로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마을에 많아, 젊은 층인 60대가 이웃들의 농사일을 제 일처럼 거든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현대사회에서는 제법 낯선 풍경이다. 적극적인 주민들은 농사일뿐 아니라 체험 프로그램 보조, 숲 물놀이장 보조 등 마을 일이라면 뭐든지 열심이란다. 

한혜숙 씨가 덧붙였다. “우리 마을은 공동부역이 많아서, 어떤 사람들은 농담으로 ‘이 마을은 부역이 많아서 힘들어서 몬 살겠다’ 하더라고요.(하하)”

 

서윤임 사무장.
서윤임 사무장.

풍성한 프로그램과 ‘사람’의 힘

서윤임(56) 사무장은 우천바리안마을이 전국에서 소득·체험분야 1위를 한 비결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꼽았다. 우천바리안마을은 사계절 어느 때에 방문해도 즐길 수 있는 체험거리가 있다.

1년 내내 연중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삼베체험관 관람 △우천바리안마을 탐방 △허브향기주머니 △삼색찐빵 △블루베리인절미 △블루베리잼 △맷돌커피 △쌀강정 만들기 △쌀가래떡 구워먹기 △고구마떡 △토피어리 △전래놀이 체험 등이다.

그밖에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별로 운영하는 프로그램까지 더하면 20여 개가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체험들 아냐? 뭐가 달라?’라고 물을 수 있겠다. 여기에서 ‘한 끗 차이’가 난다. 서 사무장은 풍성한 체험 프로그램에 더해 체험객들의 만족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주민들이 농어촌체험지도사, 농촌체험학습지도사, 농어촌마을 해설사 교육 등을 받고, 선진지 견학, 주민 역량강화 교육으로 농촌체험관광의 질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농촌마을에서 하는 체험들이 거의 비슷해요. 그때는 사람을 보고 가는 거죠. 체험객들은 얼마나 체험을 잘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체험객을 대하는지 그 마음을 보고 가요. 체험객들이 ‘여기 가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생각하게 만들면 성공이죠.”

우천바리안마을에서 유채받 걷기 체험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사진=우천바리안마을).
우천바리안마을에서 유채받 걷기 체험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사진=우천바리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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