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우리 고장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 「삼천포 아가씨」의 작사자 반야월 씨가 진방남이란 예명으로 젊을 때 불러 히트한 출세작 「불효자는 웁니다」가 있다. 이 노래 제목을 흉내 낸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문구가 추석을 앞둔 이 시기에 ‘히트’를 치고 있다. 코로나 감염병이 유행하니 올해만큼은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다. 

이 감염병이 물러가야 전 세계가 옛날처럼 소통이 되고 우리도 다른 지역을 자유롭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니, 방역 당국의 호소에 귀 기울여 동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추석에 옛집을 찾아 부모님께 건강한 모습을 보여 안심시켜 드리고, 동네 어른들을 뵙는 일과 더불어 어릴 적 내 삶의 바탕이었던 고향 산천을 둘러보는 일이 내 삶의 일정 주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어왔음을 내 마음은 잘 안다.

하지만 어쩌랴. 안타까운 마음을 멀지 않을 뒤로 미루고, 고향의 정서에 근접한 짧은 시 두 편으로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 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시는 노천명 시인의 「장날」이다. 노 시인은 친일 활동을 했다 하여 그 작품이 세간에 거의 소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냥 잊히기에는 이 작품 같은 경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시 전문(全文)을 소개한다.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준다고 울었다// 송편같은 반달이 싸릿문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까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돈을 산다’는 말은 어떤 물건을 돈과 바꾸는 일을 말한다. 돈은 자급자족이 원칙이었던 농촌에서는 너무나도 귀한 것, 그러니 그것은 특별히 살 수밖에 없는 것이고, 넉넉하지 못한 이 집안은 그것을 위해 귀여운 막내딸에게까지 대추 한 톨이라도 아껴야 하는 사정에 있다. 그러나 나귀를 끌고 시장에 갔다 오는 아비의 짐에는 아마 막내딸을 위한 신발이나 옷감이 들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고, 그 마중은 집의 개가 먼저 나간다고 했다. 쓸데없는 설명 없이 스케치하듯 여러 장면만을 보여줄 뿐이지만, 추석 전의 마을 풍경과 인정을 손에 잡힐 듯 묘사하고 있다.

다음 시는 공초(空超)라는 호를 썼고, 아마도 유사 이래 담배를 가장 많이 피운 사람이 아닐까 추정되던 오상순 시인의 시 「추석」이다. 명절날뿐 만 아니라 일 년 내내 집안의 대소사를 책임졌던 그리운 어머니를 그렸다. 앞의 시처럼 설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쓸데없는 설명 또한 필요 없을 시다. 역시 전문을 소개한다.

“추석이 임박해 오나이다/ 어머니!/ 그윽한 저―/ 비밀의 나라에서/ 걸어오시는 어머니의/ 고운 발자국소리/ 멀리서 어렴풋이/ 들리는 듯 하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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