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치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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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과 치킨 사이
  • 박종민 사천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9.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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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사천]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

‘치느님’(치킨과 하느님을 결합한 말)이라는 칭송의 표현이 있을 정도로 치킨은 진리다. 불판 위 지글지글 삼겹살은 그 어떤 피로회복제 보다 강력하다. 소고기는 또 어떤가. 비싼 단가 탓에 자주 못 먹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여윳돈이 생기면 절로 떠오르는 살살 녹는 맛이란. 

 고기는 맛있다. 그런데 빈틈없이 꽉꽉 채워져 도살장으로 실려 가는 돼지, 밀집형 닭장에 빽빽이 갇힌 닭을 보면 외면하고 싶다. 어떻게 내 식탁으로 오게 되는지 굳이 알고 싶지 않고 그 닭과 이 치킨, 그 돼지와 이 삼겹살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미술관>, <십자군 이야기> 등을 펴낸 만화가 김태균은 육식을 좋아한다면 적어도 생명이 음식이 되는 과정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도 고기의 맛을 즐기는 사람이지만 누군가를 죽이고 그 살을 먹는다는 사실을 먹는 내내 자각하는 것이 생명을 잃은 동물에 대한 예의라고.

 동서양의 옛이야기와 고전 작품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먹고 먹히는 관계는 언제든 역전될 수 있으며 생명을 빼앗는 일은 절대‘함부로’일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옛사람들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하고 그렇게 잡아먹은 동물에게 제의를 지냈지만 지금 우리는 어떻게 고기를 대하고 있는지 되묻는다. 

 육식은 인류사와 함께 해왔고 이미 그 맛에 익숙한 사람들은 당장 고기를 끊을 수 없다. 또한 육식은 죄악이고 채식 또는 대용식이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을 만들기 위해 식음을 전폐했으나 딱 하나 먹은 것이 닭의 간이었다는 등 육식에 관련된 흥미로운 역사‧인물‧문화의 뒷이야기가 주다. 다만 저자는 비윤리적 공장식 축산과 고기를 얻기 위해 발생하는 환경 문제 등이 있고 이제는 살기 위해 꼭 고기를 먹어야 하는 처지가 아니니 과잉 육식의 시대를 함께 고민해보자 한다.

 치킨의 닭다리를 뜯을 때 그 고소한 맛을 위해 몸통 꽉 끼는 케이지에서 한 달밖에 살지 못하는 닭을 떠올려보는 것, 입맛은 좀 떨어지겠지만 먹히는 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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