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디바'

'디바' 포스터.
'디바' 포스터.

다이빙만큼 추락과 상승의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하는 행위가 있을까? 다이빙대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탄력 있고 경쾌한 가운데 무언가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비거 스플래쉬 A Bigger Splash’이다. (참고로 현존하는 화가의 작품 중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으로, 경매에 나와 한화로 1,119억 원에 낙찰되었다) 같은 사물을 두고 이렇게 상반된 두 가지 느낌은 흔하지만 사실 쉽게 꺼내서 경험하기 힘들다. 결국 사물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물을 다루는 사람의 의도와 보는 사람(관객)의 관점이나 심리 상태에 의존하는 바 크다. 

스릴러, 미스터리를 내세운 <디바>는 이미지에 기대는 바가 큰 영화다. 10m라는 아찔한 높이에서의 의도적인 추락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다이빙대 위의 다이버는 그 순간을 무엇보다 아름답고 우아하게 표현해야 한다. 추락하는 몸과 닿는 물은 요란하게 첨벙여서는 안 된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 순간의 추락을 위해 선수들은 모든 것을 건다. 완벽한 아름다움 뒤에는 두려움과 공포, 강박, 질투, 욕망 등의 감정이 숨어 있을 수밖에. 근원인 동시에 두려움의 상징인 ‘물’과 다이빙은 참 잘 어울리는 이미지의 조합이다.

한국 영화에서 다이빙이라는 소재는 신선하다. ‘두려움의 높이, 10미터 다이빙대의 끝에서 아름답게 낙하하다.’라는 영화의 카피가 주는 느낌만 제대로 표현해도 썩 괜찮은 장르 영화 한 편이 탄생하는 거다. 다이빙이라는 스포츠가 주는 우아한 풍경, 그 속에 내재된 공포와 욕망, 강박은 너무나 매력적인 이미지들이다. 비록 클리셰가 난무하더라도 계속 보게 되는 영화적 요소들이다. 

그런데 이 매력적인 소재를 발굴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디바>는 그중 하나도 제대로 부여잡지 못하고 물속에서 허우적댄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던 음악은 어느 순간 과하게 웅장해지고 욕망과 광기를 관객에게 설득시키는 대신 설명하듯 자주 플래시백으로 도망간다. 영화는 다이빙이라는 소재처럼, 우아한 추락이라는 주제처럼 서서히 추락한다. 

촘촘하게 진행됐던 초반과는 달리 후반은 힘이 떨어진다. 그 흔한 반전도 광기의 폭발도 없이 스르르 무너진다. 마치 동력을 상실한 엔진처럼 한순간에 김이 샌다. 공들여 쌓아온 이미지, 이야기, 플롯이 줄지어 추락한다. 영화의 소재인 다이빙처럼. 차라리 장르적으로 몰아붙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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