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제가 한 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제가 한 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지음 / 김영사 / 2020
「제가 한 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지음 / 김영사 / 2020

어릴 적 자주 보던 TV프로그램 중에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유명 연예인이 나와 특정 직업군을 체험하고 일당도 받아 기부하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제가 한 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을 처음 보았을 때 이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다. 참고로 체헐리즘이란 체험 + 저널리즘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책은 첫 장부터 나의 흥미를 자극했다. 신체 건장한 남자 기자가 여성의 브래지어를 체험해 본단다. 킥킥거리며 눈은 책장을 넘겨갔지만 마음은 점점 뭉클해졌다. 여성들이 일생의 대부분을 이유도 모른 채 겪고 있는 고통을 묘사하고 있었다. 브래지어를 착용한 남성이 겪는 에피소드를 기대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저자는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의 삶을 직접 체험했다. 거기에는 80세 노인도 있었으며 빽빽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또한 수십 장씩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을 쓰며 고생하는 취준생을 위해 정말 솔직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원 동기에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적었다.

두 번째로, 늘 곁에 있었지만 관심이 없어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체험이었다. 폐지를 주워 하루 1만 원 남짓 벌어 사는 사람들, 남이 뱉은 토사물과 가래침을 치워주는 환경미화원, 격무에 시달리는 소방관과 집배원들이 그들이다.

마지막으로 나답게 살기 위한 체험이었다.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는 거절당하기, 아무것도 안하기, 착하게 안살기, 사랑한다 말하기 등이다. 정말 하기 힘든 일인데 그걸 해내는 작가가 존경스러웠다.

극심한 경쟁 속에서 세상은 점점 각박해져 간다. ‘나’ 이외에 관심을 두기 어려운 시기에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누군가에겐 주위를 살펴보게 하는 계기를, 또 누군가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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