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기기괴괴 성형수'

'기기괴괴 성형수' 포스터.
'기기괴괴 성형수' 포스터.

아름다운 외모를 소재로 한 영화는 흔하다 못해 지치고도 남지만, 그래도 ‘미모’에 관한 이야기는 오랜 세월을 통해 검증된 ‘트렌디’한 소재다.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와 관심은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 한 계속될 매혹이니 말이다. 시대에 따라 변주방식이 달라지긴 하지만, 웹툰 ‘기기괴괴’의 성형수 편을 원작으로 하는 <기기괴괴 성형수>가 보여주는 변주가 가장 현대적이다. 물과 성형수를 4:1 비율로 섞은 후, 20분간 얼굴을 담그기만 하면 아무런 부작용이나 후유증 없이 아름다운 외모로 다시 태어난다. 이 얼마나 솔깃한 제안인가.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하는 영화들을 간단 요약하자면 거의 대부분 ‘볼품없는 외모의 주인공이 어떤 방법을 통해 아름다운 외모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사실 세상이 정한 ‘볼품없는 외모’의 기준은 굉장히 모호하고 차별적이며 결정적으로 나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는 타인을 평가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 결국 외모콤플렉스는 개인과 개인으로 구성된 사회가 만든 합작품인데, 그 피해는 오롯이 개인의 몫이라는 것이 문제다. 

얼마 전 한 여성 가수가 ‘세상의 美의 기준에 내가 안 맞으면, 내가 또 다른 기준이 되겠다.’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누구도 반박치 못할 멋진 발언임에도 불구하고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는 까닭은, 이 올바르며 정확한 지적이 현실성을 가지고 변화를 주도하기에는 ‘외모지상주의’의 시장이 너무 크다. 성형, 미용, 다이어트 등등 일상 곳곳에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포진한 차별의 그물이 너무 견고하다. 취업성형이 사회생활의 기본 중에 하나가 됐다는 걸 보라.

<기기괴괴 성형수>의 매력은 누구나 알고 있는(혹은 겪고 있는) 이런 현실들을 공들여 묘사한다.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강박을 공포라는 장르 속에서 가지고 논다.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묘사나 연출은 충분히 감각적이다. 예상 가능한 전개가 다소 아쉽긴 해도, 식상할 만큼 단순한 이야기에 독창성을 부여한 노력에 힘찬 박수를! 더불어 캐릭터와 전문 성우의 밸런스가 굉장히 좋은데,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가져야 할 장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포석한 선구안에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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