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클럽 ‘바다마실 Cafe온’ 향촌동에 문 열어
“일할 수 있어 설레”···어르신 평균 나이 ‘63세’
바둑·장기·독서·보드게임 즐기는 ‘복합문화공간’
‘누룽지탕·계절 죽’ 등 노인 위한 메뉴 갖춰

김경자 바리스타가 ‘바다마실 Cafe온’을 찾은 손님들에게 카페 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자 바리스타가 ‘바다마실 Cafe온’을 찾은 손님들에게 카페 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향촌동 숲뫼공원 옆 작은 골목에 특별한 카페가 문을 열었다. 바로 ‘바다마실 Cafe온(줄여 바다마실)’이다. 삼천포에서 문을 열어 바다마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부터 바다향이 나는 이곳에서는 시니어 바리스타로 불리는 어르신들이 직접 내린 커피와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바다마실은 사천시니어클럽(관장 김종권)이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꾸려낸 가게다. 바다마실은 9월 10일 개소식을 가졌다. 이곳은 작년 4월에 문을 연 ‘Cafe온’ 1호점에 뒤이어 1년여 만에 문을 열었다. 사천의 두 번째 실버카페이기도 하다. 당초 4~5월에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개점이 연기됐다.

이 카페에서 일하는 어르신은 20명이다. 어르신들 중 3분의 2 이상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한 번에 3~4명이 5시간씩 2교대로 근무한다.  

직접 내린 커피를 들고 있는 김경자 바리스타.
직접 내린 커피를 들고 있는 김경자 바리스타.

<뉴스사천>이 방문한 11일 오전, 바다마실은 영업 준비로 분주했다. 카페에서 만난 김경자(64) 어르신은 일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고 설렌다’고 말했다. 

“50대 때 욕지도에 놀러 가서 할매 바리스타를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매들이 커피를 내리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나도 나이 들면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딱 기회를 잡게 된 거죠.”

카페에서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다는 김 어르신은 “한 몇 년간은 일을 안 했어요. 마땅한 일자리를 찾고 있었지. 우리가 그렇게 늙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젊은 나이도 아닌데 우리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별로 없어요. 젊을 때처럼 생업을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놀기도 어중간하고. 주변에 뭘 할지 몰라 허송세월을 보내는 분들도 많아요.”

또 다른 어르신은 “나이도 비슷한 또래끼리 일해서 재밌다”고 보탰다. 바다마실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의 평균 나이는 63세다. 대부분 60대 초반의 어르신들이다. 카페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눈빛은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여는 설렘으로 반짝거렸다. 

바다마실 카페는 어르신들을 위한 복합문화형 공간이다. 사진의 좌식 공간은 어르신들이 앉아서 쉴수도 있고, 무대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바다마실 카페는 어르신들을 위한 복합문화형 공간이다. 사진의 좌식 공간은 어르신들이 앉아서 쉴수도 있고, 무대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어르신 바리스타들이 있는 바다마실에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복합문화형 공간이라는 점이다. 어르신들은 이 카페에서 간편한 음료와 음식을 먹으며 영화감상, 공연, 전시, 바둑, 장기, 독서, 보드게임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길 수 있다. 

60평 규모의 제법 너른 카페는 크게 4곳의 공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어르신 바리스타들이 음료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주방 공간이다. 주방은 어르신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일이 익숙하지 않아 사고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널찍하게 설계됐다. 두 번째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놓인 카페 공간이다. 세 번째는 단체 손님이 방문하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회의실 겸 큰 테이블이 놓인 공간이다. 네 번째는 좌식 공간이다. 어르신들은 좌식 공간에서 차를 마시거나 바둑‧장기를 둘 수 있다. 또한 좌식 공간은 사천시니어클럽, 평생교육센터의 프로그램과 연계해 무대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카페 내부 벽에는 사천의 대표시인인 박재삼 시인의 시가 걸려있었다. 카페 내부 곳곳에 어르신들을 위한 센스가 묻어났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바다마실의 카페 공간, 회의공간, 바마다실 카페 전경,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책이 구비된 책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바다마실의 카페 공간, 회의공간, 바마다실 카페 전경,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책이 구비된 책장..

카페의 대표 메뉴도 눈길을 끌었다. 커피를 안 먹는 어르신들을 위해 바리스타들이 직접 제조한 단호박 식혜가 맛이 좋단다. 직접 담은 수제 레몬청 등도 판매한다. 또한 어르신들이 가볍게 요기할 수 있는 누룽지탕과 계절별 죽이 바다마실 만의 특별한 메뉴다. 죽은 여름을 제외하고 봄부터 가을, 겨울 순으로 단호박죽, 단팥죽, 빼때기죽을 판매한다. 

바다마실 카페에서 만난 청년매니저 박상은 씨. 그는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것을 알려드리고 함께 일하는 게 즐겁단다. 
바다마실 카페에서 만난 청년매니저 박상은 씨. 그는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것을 알려드리고 함께 일하는 게 즐겁단다. 

그렇다고 어르신들만을 위한 카페도 아니다. 어르신들을 든든하게 보조하는 젊은 청년매니저가 있고, 어떤 연령대의 손님이 와도 만족할 수 있도록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아메리카노 가격은 1500원이고 제일 비싼 메뉴가 4000원 정도니, 가격대도 저렴한 편이다. 커피를 내리고 메뉴를 만드는 어르신들의 손길에 정성이 담겨 있었다. 카페에선 정 많고 구수한 어르신들의 입담도 덤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어르신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데 특별한 점이나 고충은 없을까? 

사천시니어클럽 홍상용 팀장은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방식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나 레시피를 익힐 때 시간이 걸린다”며 “또래 어르신들이 모여 일하다 보면 성격적으로 부딪힐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있는 한 어르신.
커피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있는 한 어르신.

바다마실 카페는 어르신 일자리 사업 가운데 시장형 사업에 해당한다. 청소, 공원 관리 등 단순노동 위주의 사업과 달리 카페 운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지금은 수익으로만 급여를 지급하긴 쉽지 않아 보조금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소식에 경남은행, 경남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여러 곳에서 힘을 보탰다. 

바다마실 카페의 현재 목표는 일반 카페와 견주어도 뒤지거나 손색없는 카페로 자리 잡는 것이다. 열정적인 어르신 바리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바다마실 Cafe온’은 사천시 서향안길 19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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