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오케이 마담'

'오케이 마담' 포스터.
'오케이 마담' 포스터.

‘아무것도 하기 싫다.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다.’라는 광고 멘트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빗대어 지금은 ‘뭐라도 하고 싶다. 더욱더 격렬하게 아무거나 하고 싶‘은 상황이다. 현실은 비극인데 이 총체적 난국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적다. 더욱이 나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 무력감은 우울로 진행되고 개인의 우울은 집단 공황으로 이어질 지경이다. 이럴 때는 딱 코미디다. 그래서 <오케이 마담>은 딱 시의적절하다. 

스토리는 ’지루할 틈이 없어야 한다. 웃겨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목적에 걸맞게 심플 그 자체다. 한 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꽈배기 맛집 미영네 가족, 이벤트에 당첨돼 난생처음 해외 여행길에 올랐다가 봉변을 만났다. 비행기가 테러집단에 의해 하이재킹 당하고 저마다의 목적으로 하와이행 비행기에 오른 사람들 앞에는 악몽이 시작되는데, 이 아수라장의 유일한 해결사가 미영, 석환 부부다. 두 사람은 난관을 극복하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평범했던 과거는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을 펼치기 시작한다. 

이 단순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배우다. 그리고 그 배우들 중 중심은 예상대로 미영 役의 엄정화다. 워낙 재능이 많아 가수면 가수, 배우면 배우로 일가를 이룬 엄정화지만 그를 가로막는 장벽이 있었으니 바로 나이다. 엄정화는 이 시국에 그 장벽을 정면 돌파를 넘어 아예 깨부수고 새로운 입지를 만들었다. 그녀의 액션은 그야말로 날고 긴다.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맨몸으로 장벽을 깨부순다. <오케이 마담>을 위해 액션스쿨에 개근 도장을 찍은 땀과 눈물은 스크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건 입이 아니라 이렇게 몸으로 실천으로 증명하는 거다. 

<오케이 마담>은 양자경의 <예스마담>을 염두에 둔 듯 호쾌하고 날렵하며 코믹한 액션물이다. 하이재킹을 소재로 한 명작들과 비교하면 디테일이 부족하고, 액션으로 접근하면 뭔가 모자라고, 코믹으로 다가가도 빈틈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미덕은 이 시기에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점이다. 

모든 분야가 비슷하겠지만 영화계 역시 꼭짓점에서 멀어질수록 상황은 더 힘들어지는데 어서 빨리 이 시국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잠시 머리를 비우기 좋은 영화다. 참고로 쿠키 영상이 2개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