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나의 가해자들에게'

「나의 가해자들에게」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나의 가해자들에게」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최근에 유명 연예인의 과거 학교 폭력 행적을 피해자들이 폭로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들은 자신은 그런 적 없다며 잘못을 부인하거나, 피해자와의 사이에서 오해가 있었다는 식으로 변명하거나, 혹은 그 모든 것을 인정하곤 활동을 중단하기도 한다. 가해자들에게는 그 당시가 실수 내지는 지나가 버린 순간에 불과하지만, 피해자들은 학교 폭력 경험의 순간을 10년, 20년 계속 끌어안고 살아가야 한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 <왕따였던 어른들> 시리즈의 조회 수가 300만을 훌쩍 넘어갔다. 영상의 화제성에 힘입어 인터뷰어이자 저자인 최윤제 피디를 비롯해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한 끔찍한 기억을 몸에 새긴 채 그대로 어른으로 커 버린 10명이 모여 각자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는 인터뷰를 그대로 책에 실었다.

중간중간 울컥하는 부분들이 많다. 반 아이들의 시선을 감당할 힘이 없어 책상에 얼굴을 파묻던 14살의 그들, 짝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 오면 등줄기가 서늘해졌던 18살의 그들,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하면서 느꼈던 섬세한 감정과 지나치게 선명한 기억들 그리고 어른이 된 이후의 삶까지. 소외의 기억은 크든 작든 생채기를 남기게 마련이다. 학교 폭력 문제를 10대 시절의 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이 기억은 지독한 트라우마가 되어 어른이 된 후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기 쉽다.

피해자들은 서로의 지난 경험을 고백하고 자신을 돌아본다. 과거의 기억은 여전히 아프고 신경 쓰이지만, 차분하고 씩씩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과 안도감을 준다.

이 책이 우리에게 왕따가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확실히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또 같은 아픔으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더 없는 공감과 위로가 되어주길 바란다. 가해자들은 학교 폭력을 멈추고, 방관자들은 최소한 옳지 않은 것에는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