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爲(무위) 하고자함이 없는. 20×15. 2020.
無爲(무위) 하고자함이 없는. 20×15. 2020.

“저것 좀 여기로 가져다줄래요?”

“오빠, 수건 저기다 넣어 줘”

“오빠, 어깨 좀 두드려 줘.”

“오빠, 얼른 양치질해”

남이라고는 없고 모두가 같은 피붙이마냥 내 어머니가 낳은 적이 없는 남자를 오빠라고 불러대며 언니는 하루 종일이 분주하다. 코맹맹이 소리를 해대며 나에게 형부라고 불리는 덩치가 큰 남자를 쉴 틈 없이 부려 댄다. 이상한 언어와 습관들이 난무하는 내 공간이 순간 숨 막히게 다가왔다.

“당신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내 집 안에서 그러시는 건 주인장 감정에 대한 역행입니다.”

나의 집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시키는 사람이 들어왔다.  

이곳은 여태 자유로운 성지였다. 자기가 하지 않는 것은 시키지도 않는다. 만든 적 없는 규율이다. 시킬 일이 생기면 우회적으로 돌려서 시켜야만 한다. 몸보다는 마음이 우선시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사람들에 맞추고 그곳 규칙대로 따르겠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철저히 자유로워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공간이 집이어야만 했다. 이곳에서는 사람 사용법을 달리해야만 한다. 세탁한 옷을 그냥 너는 것을 보고도 탈탈 털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기가 입어보고 구겨진 것이 불편하니 털게 되었다. 지저분한 것을 보고도 치우라고 말을 꺼내지 않았다. 자기가 견딜만하니 견디고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정리가 되어 있었다. 등교 시간이 지나도 깨우지 않았다. 지각을 하게 되어 황당한 적이 있는 아들은 그 이후부터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렇게 이곳은 온통 자기의 자유의지대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시스템이 완비된 그런 완벽한 공간이었다. 

이 자유성지에 여름휴가랍시고 친정식구들이 모였다. 병적일 정도로 정리 벽이 있는 언니는 하루 종일 형부를 불러대고 조카들을 불러 댄다. 거슬리기 시작했다. 귀가 부드러워지질 않았다. 내 공간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되도록 시키는 것은 삼가 달라 했다. 사흘을 같은 공간에서 있으면서 나는 열다섯 명의 음식 차리는 일보다도 나와는 다른 언니의 성향이 힘에 부쳤다. 

자매라는 이름으로 같은 부모 밑에 나고 자랐지만 이후는 각자의 삶대로 살아왔다. 대학과 직장생활 그리고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다 온 남자와 결혼을 했다. 그리고 또다시 오랜 세월이 흘렀다. 저는 윗동네 대도시에서 나는 아랫동네 소도시에서, 저는 회사생활로 나는 창작하는 예술가로, 저는 규칙을 만들고 나는 규칙을 깨며, 저는 나보고 제멋대로라 하고 나는 저보고 숨 막히다 했다.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고 부대끼며 서로가 불편해했다. 치킨 한 조각을 들고선 우리를 낳은 책임자가 푸념했다.  

“우리 집 가시나 둘은 요 치킨처럼 반반으로 섞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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