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무엇으로도 훼손될 수 없는 순결과 정조의 가치

 

26일 헌번재판소의 판결 결과, 형법 304조 혼음빙자간음죄가 위헌 판정을 받았다. 1953년 9월 대한민국 형법이 처음 제정될 때부터 존재했던 법이 56년 만에 사문화됐다. 더욱이 지난 2002년 헌법 재판관 7:2의 당당히 합헌 결정을 받은 동법이 7년 만에 또 다시 심사대상이 되어 사라지게 되었다.

2002년 합헌 결정을 내릴 때의 대법관들은 이런 논리를 내 세웠다.

"남성이 계획적으로 접근해 가장된 결혼을 무기로 성을 편취한 것은 사생활 영역의 자유로운 성적 결정의 문제라거나, 비도덕성의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국가의 형벌권이 개입할 부분."

어제, 헌법 재판소의 위헌 결정의 논리는,

"혼인빙자간음 처벌 조항은 남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 남성이 결혼을 약속했다고 하여 성관계를 맺은 여성의 착오를 국가가 형벌로써 보호한다는 것은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보는 것이며, 남녀평등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국가 스스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가부장 삶에 치우친 나, 곤혹스럽다

가부장적 삶에 치우친 나는 약간 혼란스럽다. 성적 자기 결정권? 성행위 여부와 그 상대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함인데, 여기에서도 남녀평등이 존재하고 헌재는 그것을 인정했다. 사회 변화에 잘 따라가지 못하는 나는 다소 곤혹스럽다.

혼인빙자간음죄가 사문화 된 마당에, 여성의 순결과 정조는 이제 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여성부도 혼인빙자간음죄를 '여성의 정조 및 처녀성은 지켜야 한다는 여성 속박의 의미 전제하에, 여성만을 피해자로 보는 것이어서 남녀평등에 어긋난다'라는 의견을 가지고, 이 법의 사문화를 반기는 듯하다.

우리사회에 남녀평등의식이 확대되고, 제도적, 법적, 사회적으로 그런 기반이 확충되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여성의 순결과 정숙함 또한 우리 사회가 그 가치를 인정하고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여성자신의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대학 3학년인 딸에게 이런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온다. 이 녀석에게 애비로서 무슨 성적 자기 결정권이니, 정조나 순결은 더 이상 법의 보호대상이 아님을 어떻게 설명할까? 차라리 말 안 하고 말지, 입을 열었다면 역시나 나는 여성의 순결과 정조를 지켜야 함을 강력하게 얘기할 것 같다.

우리사회가 급격히 가치변화를 겪고 있고, 미처 그런 변화에 따라 가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가뜩이나 문란한  우리 사회의 성개방 풍조가 무분별하게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러한 가치관의 혼란 와중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건전한 성에 대한 가정의 자세다. 성에 있어서 부모의 행동과 의식은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수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포스터.아내의 충격 고백.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인아(손예진 분)는 그 녀석과 결혼을 하겠다는 상상도 못할 제안을 한다.

이런 사회 전반의 성 개방 풍조에 제동을 걸만한 적당한 사회교육이나 정화활동이 없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가정을 파고 들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문제는 엄연히 존재할 수 있는 혼빙간을 당한 여성의 피해를 구제하는 일이다. 사회통념상 아직은 남성보다 여성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판관 9명 중 3명도 남녀의 신체 구조가 다르고 성관계에 대한 윤리적·정서적 인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혼빙간 처벌을 통한 부녀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 20~39세 미혼남녀 1200여명을 대상으로 혼빙간죄와 간통죄의 폐지에 대해 찬반을 물었더니 남성 응답자는 64%가 폐지에 찬성한 반면, 여성은 82%가 반대했다.

나의 기억에 있는 통계자료다. 영국의 남성이 평생 동안 성관계를 맺는 여성이 평균 6명이었다. 물론 성문화가 오래 전부터 개방된, 자유분방한 유럽의 예이지만, 오늘도 전국의 은밀하고, 아름다운 모텔에는 수많은 남녀가 들 것이다. 우리나라도 몇 년 지나면 이런 통계를 자연스럽게 발표하지 않을까?

모텔, 더욱 붐비겠구나.

 

우리의 성개방 풍조가 나타나는 곳이 곳곳의 모텔이다. 불륜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음을 우리나라의 독특한 성의 생산지인 모텔 현장에서 본다.

▲ 전국에 산재한 모텔에서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8월 초 아내와 함께 강원도 여행을 했다. 목적은 3박 4일의 산사(山寺) 체험이었다. 첫날, 강원도 봉평장을 찾아 육회 메밀국수와 메밀 전병을 먹고, 작가 이효석의 자취를 찾았다. 이효석 문학관에 들러 작가의 동상과 나란히 앉아 호기롭게 기념 촬영도 했다. 봉평의 홍정계곡도 가 봤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잠자리를 찾았다.

강원도는 관광지답게 곳곳에 호텔급 모텔이 많았다. 그 중의 하나, 고혹적인 불빛이 요란히 빛을 발하는 제법 큰 모텔을 찾았다. 낯선 곳이지만 저 정도의 밝은 네온 아래 적당히 비밀스런 언덕 위에 자리한 모텔이라면 이 한 몸 하룻밤 누이기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닌데, 주차장은 이미 빈 자리가 없었다. 

모텔에 들어서자 아내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차라리 그 무슨 셀프 모텔을 찾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1실 1주차장을 갖춘 시설이 셀프모텔일 텐데, 그런 곳이라면 아내의 긴장이 다소 덜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안내실의 여자가 작은 안경 너머로 눈을 치켜 뜨고 바라보았다. 자고 갈 건지, 쉬었다 갈 건지 물었다.

'당연히 자고 가죠.'

숙박비를 6만원을 요구했다. 멀쑥해졌다. 좀 비싼 거 아닌가? 용기를 내어 5만원에 하자고 하니, 그나마 남은 방이 없다며 하든지 말든지 하란다.

'메뚜기도 한 철이겠지, 까짓 내일 좀 아껴 쓰지 뭐.'

아내는 내내 등을 보이며 서 있다가, 방으로 향하면서 한 마디 툭 던진다.

"깎을 걸 깎아야지, 이런 관광 성수기에 방값을 깎으려고 하느냐."

영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사실 아내의 이 말은 잠시 동안의 긴장과 어색함을 풀어 보려는 의도의 말일 것이지만, 나는 정말 그 돈이 아깝다.

모텔 안은 적당히 유혹적인 장식을 갖췄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큰 거울이었다. 침대를 비추는 거울이 무슨 감시자 같았다. 50줄 인생인데, 아내와 같이 모텔에 드니, 표현할 수 없는 야릇함이 있다. 집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야릇함이다.

그렇게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모텔은 기를 쓰고 장식을 하고 각종 도구들을 갖춰 놓는다. 웃기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새로 지은 모텔, 개업하는 날 첫손님으로 방 빌려 쓰면 재수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간혹 어떤 부부는 굳이 그런 곳을 찾아 간다고. 무슨 재술까?

아내의 머쓱함을 이기고, 아내와 같이 모텔에 들 위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 사회가 남녀 성 평등이니, 개인의 행복추구권이니 하며, 또 하나의 순고한 가치를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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