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우리말 쓰기] ‘알려라, 더 넓게 더 쉽게’

<알려라, 더 넓게 더 쉽게>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의 지원으로, 경상대학교국어문화원‧사천시‧뉴스사천이 함께 싣습니다. 사천시가 발표하는 공고‧고시문을 경상대 국어문화원이 쉬운 우리말로 다듬은 뒤 뉴스사천이 기사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어렵고 딱딱하고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쓰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어떤 글을 쓸 때 동사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을 굳이 명사 형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명사문’이라 부르는데, 이번 ‘제2020-914호’ 공고문에서 유달리 눈에 띈다. 앞서 소개한 여러 공고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언급한 적 있으나 놓치기 쉬운 대목이라 다시 강조하려 한다.

명사 나열식 표현은 문장으로 길게 써야 할 내용을 짧게 줄여 주므로 간결할 뿐만 아니라 더 격식을 갖추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자연스러운 우리말의 특성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 성분이 어떤 성분과 호응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공고문을 읽는 사람에게는 불친절한 표현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5. 채용방법 및 일정’에 쓰인 ‘이전 통계조사 사후평가 결과 반영’이다. 이를 제대로 띄어 쓰면 ‘이전 통계 조사 사후 평가 결과 반영’이 되는데, 7개의 명사가 잇달아 나열돼 하나하나 분석해서 읽지 않으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에는 중간에 조사 ‘의’ 하나를 넣어서 ‘이전 통계 조사의 사후 평가 결과 반영’이라고만 써도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그리고 ‘결과’ 뒤에 조사 ‘를’을 쓰고, 접미사 ‘-하다’를 함께 써서 ‘이전 통계 조사의 사후 평가 결과를 반영하여 평가함’으로 쓰면 각 성분이 어떤 성분과 호응을 하는지 더 명확히 보여 줄 수 있다.

또한 ‘3. 응시자격’의 이중 취업자 제한에 대한 설명에서, ‘적발 시 채용 취소, 보수 감액 및 향후 2년간 채용 제한’은 무려 10개의 명사가 나열되어 있다. 자세히 읽으면 그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적발 시 채용을 취소하고 보수를 줄여서 지급하며 앞으로 2년간 채용이 제한됨’이라고 문장 형식으로 풀어 써 주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쉽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게다가 ‘6. 유의사항’에 쓰인 ‘거짓기재 또는 기재착오, 구비서류 미제출’은 어려운 한자어 명사가 많이 나열되어 있다. 여기에 쓰인 한자어 ‘기재착오, 구비, 미제출’은 동사적 의미를 지닌 단어로, 이들을 쉬운 우리말 동사 표현인 ‘잘못 쓰다, 갖추다, 제출하지 않다’ 등으로 바꾸어 쓰면 더 자연스럽고 쉽다.

이밖에 ‘신규’라는 말은 ‘새로운 규칙이나 규정’ 또는 ‘새로이 하는 일’을 뜻하므로 ‘사람’의 뜻이 담긴 ‘조사원’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신규 조사원’보다는 ‘신입 조사원’이 더 어울린다. ‘조사표 내검결과’에서 ‘내검’이란 말도 어렵다. ‘탁상조사’는 ‘탁상행정’, ‘탁상공론’ 등의 표현을 미루어 ‘책상 위에서만 하는 현실성이 없는 조사’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나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은 표현으로 일반 국민들이 그 뜻을 알기 어려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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