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명왕성 연대기'

「명왕성 연대기」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사이언스북스 / 2019
「명왕성 연대기」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사이언스북스 / 2019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과학은 더더욱 데이터와 근거를 전제로 하기에 감상 또는 감성이 낄 자리는 없다. 그런 과학계에 눈물 콧물의 등장은 물론 발견한 팩트조차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자고 했던 일이 있었으니 바로 명왕성이 134340이 된 사건이다.

이 책은 한때 명왕성으로 불리었다가 134340이 된 왜소 행성이 태양계로 합류한 때부터 퇴출될 때까지 76년을 담은 연대기다. 

1930년 3월 13일, 미국 애리조나주 로웰 천문대는 태양계 저편에 있다고 전설처럼 내려오던 미지의 행성 X를 드디어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새로 발견된 행성은 뜨거운 관심 속에 ‘플루토’라는 이름을 얻고 과학 시험 문제의 단골손님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명왕성’ 순의 태양계 가족이 된다. 

그런데 명왕성의 ‘행성’ 인정은 처음부터 살짝 찝찝한 면이 있었다. 명왕성의 거리가 너무 멀다 보니 그 당시 가장 강력한 망원경으로도 세부 특징이 분간되지 않아 일단 표면 반사율을 적당히 가정하여 추측한 크기였다. 그러다 1978년 명왕성 가까이에서 카론이라는 거대한 위성이 발견되면서 크기가 아주 정확하게 측정되었고, 그간 해왕성과 비슷하다고 추정되던 명왕성의 질량은 지구의 1퍼센트 아래로 급격히 추락해버렸다.

질량뿐 아니라 궤도, 구성 물질 등 태양계에서 유달리 튀었던 명왕성은 지난한 논란을 끝내고 드디어 2006년 8월 24일 IAU(국제천문학연맹)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행성에서 왜소 행성이 된다. 명왕성 최후의 날은 강등을 반대했던 과학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속상하게 했고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했으며 미국 뉴멕시코주와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명왕성을 행성으로 인정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인간들의 해프닝 속에 이리 불리다 저리 불리는 별. 그러든 말든 그 별은 태양계 외곽에서 언젠가는 드러날 우주의 역사에서 자기 몫의 비밀을 간직한 채 오늘도 묵묵히 저 하늘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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