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우리말 쓰기] ‘알려라, 더 넓게 더 쉽게’

<알려라, 더 넓게 더 쉽게>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의 지원으로, 경상대학교국어문화원‧사천시‧뉴스사천이 함께 싣습니다. 사천시가 발표하는 공고‧고시문을 경상대 국어문화원이 쉬운 우리말로 다듬은 뒤 뉴스사천이 기사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어렵고 딱딱하고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쓰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이번에 살필 공고문은 ‘사천시 공고 제2020-892호’이다. 이 공고문의 원제목은 ‘2021년 공동주택 관리지원 사업 수요조사 공고’이다. 이 제목대로라면 ‘내년에 있을 공동 주택 관리 지원 사업에 사업 대상자들이 얼마나 신청할 생각이 있는지 미리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고문의 내용은 ‘2021년 공동 주택 관리 지원 사업’에 대한 설명과 사업 신청 안내로 구성되어 있다. 수요 조사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업을 신청하라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수요 조사’는 공고문을 쓴 기관이 신청받은 내용을 토대로 진행하는 업무일 순 있다. 그러나 공고문을 읽는 시민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 공고문의 주목적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업 수요 조사 사실을 알리는 게 아니라 사업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사업 신청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공고문의 제목을 ‘2021년 공동 주택 관리 지원 사업 신청 알림’으로 고친다.

이 공고문의 제목에 이어지는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여기서 ‘~2021년 공동주택 관리지원 사업 시행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공고합니다.’라는 대목을 살펴보자. 공고문이 담고 있는 내용이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을뿐더러 공고문이 가져야 할 친근감도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문장을 ‘~2021년 공동 주택 관리 지원 사업을 시행하오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공고문을 읽는 시민들로선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띄어쓰기도 눈여겨봐 두자. ‘공동주택’이나 ‘관리지원’은 한자에서 온 말로서 ‘공동 주택’과 ‘관리 지원’처럼 띄어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국어 띄어쓰기 규정에 ‘전문 용어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한다’고 하고 있지만, 공공 기관에서 작성한 공고문이라는 점에서 여기선 띄어 썼다.

마침표는 장, 절, 항 등을 표시하는 문자나 숫자 다음에 쓸 수 있다. 그러나 장, 절, 항 등을 표시하는 문자나 숫자가 괄호와 함께 쓰였을 때는 마침표를 쓰지 않는다. 따라서 ‘1).’ ‘2).’ ‘3).’ 등은 ‘1)’ ‘2)’ ‘3)’ 등으로 써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말 가운데는 지나치게 어려운 말이나 비규범적인 말, 외래어 따위가 섞여 있다. 국립국어원은 이 같은 단어를 알기 쉽고 규범적인 말 또는 고유어로 순화하도록 권장한다.

이에 따라 공고문에 등장한 ‘옹벽’은 ‘축대벽’, ‘준설’은 ‘파내기’, ‘저수조’는 ‘물저장통’, ‘CCTV’는 ‘폐회로 텔레비전’, ‘커뮤니티’는 ‘공동체’, ‘세대’는 ‘가구’라는 순화어로 바꾼다. 다만, ‘세대’와 ‘가구’는 서로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옥외‧옥내’는 ‘실내‧외’로, ‘저수 시설’은 ‘물 저장 시설’로, ‘입주자 집회소’는 ‘입주자 모임 장소’로, ‘의거’는 ‘따라’로 ‘22백만 원’은 ‘2천2백만 원’으로 쓰면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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