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구경 시인, ‘외딴 저 집은 둥글다’ 시집 펴내
아련한 추억의 향수 담아···그리움·쓸쓸함 녹여

박구경 시인.
박구경 시인.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그때는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이었으니까/ 배고프던 시절이었으니까 어디 두고 먹을 게 있었나?···아버지가 더워서 식식거리는 소처럼 돌아와서 뚝딱 물 말아 수저를 놓으면···그때는 뭘 두고 먹고 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 「그때는」 중에서

사천시 가천보건진료소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박구경 시인이 최근 네 번째 시집 ‘외딴 저 집은 둥글다’(실천문학사, 2020)를 펴냈다. 

시집은 민중, 정치, 통일, 환경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60여 편의 시를 124쪽에 걸쳐 엮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박구경 시인의 연륜이 묻어나는 아련한 추억의 향수를 담은 시가 주류를 이룬다. 박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돌아가신 부모님, 고향 동네의 집, 마당, 골목, 도로, 전답 등 낡고 오래된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을 드러낸다. 또한 박 시인은 과거를 추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재의 성찰을 거쳐 미래로 평화롭게 나아가는 자세를 노래했다. 

김성규 시인은 추천글에서 “시가 마음을 움직이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박구경의 시에는 아무도 돌보지 않아 허물어져 가는 집이 있다”며 “그 집에는 동그랗게 모아놓은 따스운 얘기, 어머니의 손, 남해댁의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무 시인은 “박구경 시인은 때묻지 않은 토박이 정서를 지닌 시인이고, 문명에 길들여지지 않은 원시적 생명감에 충실한 시인이고, 이해타산과는 거리가 먼 순정의 시인”이라며 “그의 네 번째 시집은 농경적 정서를 배면에 깔고 언어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애틋한 가족 서사며 이웃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의 시편들을 관통하던 격정의 어조 대신, 다소 차분한 어조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흑백사진처럼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구경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외딴 저 집은 둥글다’ 표지.
박구경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외딴 저 집은 둥글다’ 표지.

한편 박구경 시인은 1998년 제1회 전국공무원문예대전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진료소가 있는 풍경』,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국수를 닮은 이야기』 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 경남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고산 윤선도문학대상, 경남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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