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금을 울리는 소리, 허술한 이야기
상태바
심금을 울리는 소리, 허술한 이야기
  • 배선한 시민기자
  • 승인 2020.07.07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소리꾼'
'소리꾼' 포스터.
'소리꾼' 포스터.

역사적 상처와 회복, 그 질곡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했던 <귀향>, <에움길>의 조정래 감독이 그동안 천착해온 우리 것과 우리 역사, 특히 인간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에서 판소리를 소재로 한 영화 <소리꾼>을 선보였다. 예고편 등으로 강조하는 홍보문구는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 영화’인데,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정확히 판소리 영화다. 

우리 음악임에도 비주류인 ‘판소리’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다소 취향을 탈 수 있다는 우려에 뮤지컬이라고 홍보한 듯하지만, 허술한 이야기를 판소리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형국이라 차라리 판소리를 앞세우느니만 못했다. (<서편제>라는 괜찮은 선례도 있지 않은가)

사라진 아내 간난을 찾아 떠나는 소리꾼 학규와 조력자들의 힘든 여정을 그린 <소리꾼>은 예상 가능한 스토리의 길을 따라 아무런 고민 없이 쭉 달려간다. 영화는 소리에 집중하면서 로드무비의 형식을 취하는데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다만 진부함이 문제다. 대체로 음악 영화를 보며 난해한 복선이나 반전을 기대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전형적이고 진부한 이야기마저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주인공 학규역의 이봉근은 전문 국악인이다. 장점은 너무나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준다는 것이고 단점은 부족한 연기력이다. 문제는 이 둘의 간극이 너무 큰 데다 이 허술함을 봉합해야 할 줄거리마저 빈약하니 결과적으로 완성도가 처질 수밖에. 지루하고 빤함의 간극을 오히려 소리가 메우고 있으니 뭔가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 서사 대신 음악을 강조할 거라면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가는 게 백배는 낫다. 아니, 대놓고 불필요한 서사는 가지를 치고 전적으로 소리에 집중해버리던가.

아무튼 엉성하고 지루한 이야기와 어색한 연기의 틈을 메우는 ‘판소리’라는 우리 전통의 콘텐츠는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다. 소리는 오래 가슴에 남고 메시지는 감동적이지만 그 무게만큼 아쉬움 또한 크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강력한 무기인 ‘판소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만듦새가 문제다. 초심을 잃지 않고 영화를 통한 울림과 각성을 생각하는 감독의 의지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이래서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나 하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블라인드
댓글을 블라인드처리 하시겠습니까?
블라인드 해제
댓글을 블라인드 해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