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병주 발행인.
하병주 발행인.

‘올해 장마가 왜 이래? 비가 많이 내리지도 않고 날씨가 후텁하지도 않네. 오히려 시원한걸!’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걱정 섞인 한탄이었습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끼니를 잘 해결했는지 묻는 일이 한국인 특유의 인사법이라면, 날씨를 소재로 대화를 풀어가는 건 세계 어디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날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직 한여름에 들어섰다고 보긴 어렵지만, 기상청이 예보한 ‘역대급’ 무더위는 아직 찾아오지 않는군요. 장마철 특유의 습하고 무더운 날씨도 아닙니다. 찜통더위가 언제 들이닥칠지 알 수 없는 마당에 한가한 상념일지 모르겠지만, 장마 같지 않은 장마에 마음 한편은 무겁습니다. 북극을 비롯한 극지방의 유례없는 더위에 우리가 맞닿아 있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걱정스럽고 불편한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겨울에 찾아온 코로나19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여태 떠날 생각을 않는군요.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보단 낫다지만, 낯선 일상에 적응해 가는 일이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큽니다. 큰 기업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소상공인들은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죠. 긴급재난지원금에 반짝 숨통을 텄지만, 다시 비어가는 통장에 한숨은 깊어만 갑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이 깊은 불안감은 자살과 고독사라는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공습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이 항공업계라고 하지요. 저마다의 국가가 감염병 관리와 통제를 위해 국경을 닫고 있으니 비행기가 뜨고 내릴 일도 없어진 겁니다. 문제는 그 영향이 항공 운항사들에 그치지 않고 항공 제조업계로 이어지고 있음입니다. 대한민국 항공제조업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천이 받는 타격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광장에서 기업인과 노동자들이 내는 목소리에 사천시민들이 귀를 열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천의 항공산업을 향해 다가오는 위협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른바 항공정비사업을 일컫는 항공MRO. KAEMS라는 전문업체를 만들어 이제 막 첫걸음을 떼고 있는 사천의 항공MRO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안에서 MRO사업이 가능하도록 인천 출신 국회의원들이 인천공항공사법을 고치겠다고 나선 겁니다. 이는 2017년에 국토교통부가 항공MRO를 사천에서 진행하도록 했던 일에 크게 반하는 일이죠. 지금 1500억 원을 넘게 들여 조성하고 있는 사천용당MRO산업단지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기가 찰 일은 한국폴리텍대학이 기존 남인천캠퍼스를 항공MRO 특화캠퍼스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점입니다. 인천에 항공MRO 특화캠퍼스가 들어선다면 교육내용이 겹치는 사천 항공캠퍼스는 존재감이 매우 떨어지거나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거라는 사천 항공업계의 걱정이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2020년 7월을 맞는 사천은 이런 걱정과 위기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걱정을 덜어 주고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할 지역 정치권을 바라보니 한숨이 더 깊어지는 걸 어찌합니까?

송도근 사천시장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의 부인은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 증거를 감추도록 지시한 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기도 했지요. 사천시 공직의 가장 으뜸에서 모범을 보일 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선 낯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게다가 뇌물수수 혐의를 두고 항소심에서 검찰과 다퉈야 할 상황이니, 누가 누구를 걱정하겠는지요.

이럴 때 사천시의회라도 반듯하게 서서 중심을 잡아주면 좋으련만 그러지도 못한 모양샙니다. 지난 임시회에서 후반기 원 구성을 마쳐야 했음에도 의장과 부의장을 뽑는 데 그쳤지요. 상임위원장 선출을 두고 패가 둘로 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겁니다. 현재로선 언제 다시 본회의를 소집해 상임위원장을 뽑고 후반기 의회를 출범할지 기약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정치지도자들의 이런 어수선함이 시정 현안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천읍권역의 부족한 의료시설을 공공병원으로 채워보려던 사천시민의 노력이 최근 물거품이 되고 만 거죠. ‘사천의료원’ 설립의 꿈이 허망하게 끝났습니다. 겉으론 도민참여단의 투표에서 사천의 후보지가 밀린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지자체와 정치권의 노력이 부족했던 결과’로 봅니다. 같은 맥락에서 경남 서부 공공의료 권역의 5개 지자체 가운데 사천‧남해‧하동 3개 지자체를 지역구로 둔 하영제 국회의원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겠지요. 하 의원이 ‘사천 공공병원 설립’이라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정녕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여러 가지 걱정과 울분을 쏟아냈더니 마음이 더 무겁습니다. ‘뉴스사천은 뭘 그리 잘했냐’는 질책도 들리는 듯합니다. 반성도 하면서 무기력감도 동시에 느낍니다. 그리고 묻고 싶습니다. 저의 걱정이 타당한가요? 아니면 지나친가요? 차마 해법까진 묻지 못하겠군요. 독자님들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발행인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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