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이해 못해, 파면하라”···교육청 “감사 뒤 조치”
학교장도 모르게 행정실장이 주도한 굿···“안전 위해”
CCTV 꺼진 채 축하객도 없이?···‘안전기원제’ 향한 의심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사천의 한 사립중학교에서 굿판이 벌어져 시끄럽다. 사실상 재단 측이 학교장도 모르게 주도했다는 점에서 굿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일부 학부모들은 ‘저주 굿’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6월 21일 사천 모 중학교에서 벌어진 굿판 모습. (사진=학부모 제공)
6월 21일 사천 모 중학교에서 벌어진 굿판 모습. (사진=학부모 제공)

교내에서 굿이 벌어진 학교는 A중학교이다. 굿을 주도한 이는 이 학교의 행정실장 B씨로, 학교법인 대표와는 친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이다. 그가 무당을 불러 굿을 한 건 일요일이던 6월 21일 오후. 이 굿에는 무속인 몇 명만 참여했을 뿐 교사를 비롯한 다른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6월 초부터 병가 중이던 이 학교 교장 C씨와는 사전 협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극히 조심스럽게 진행되던 굿이 바깥으로 알려진 건 학교 인근 주민과 학부모들이 현장을 목격하면서다. 이 학교의 전 운영위원장이자 학부모인 D씨는 “교내에서 굿을 하는 것 같다”는 제보를 받고 몇몇 학부모들과 이날 오후 3시쯤 학교에 들어섰다. 그러곤 깜짝 놀랐다. 학교 현관의 바깥과 안쪽, 그리고 학교 비품실 등에 제물이 차려진 채 굿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갓 잡은 것으로 보이는 돼지의 몸통에서 뼈를 바르는 장면에선 말문이 닫혔다.

D씨를 비롯한 학부모들이 “지금 뭐 하시는 거냐”고 따지자 “공사하는 데 안 좋다는 얘기가 있어서”라는 답이 행정실장 B씨로부터 돌아왔다. 여기서 말하는 공사는 조만간 준공을 앞둔 이 학교의 강당 겸 체육관을 짓는 공사를 말한다.

이날 굿은 학부모들의 항의에 맞물려 곧 끝이 났다. 하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학부모들은 사천교육지원청에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한편, 학교법인 이사회를 향해선 굿을 주도한 행정실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행정실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학교장에게 물을 것도 요구했다.

논란이 일자 사천교육지원청은 굿이 있은 다음 날인 22일 학교를 방문해 진상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이미 주장하거나 밝힌 것 외에 더 특별한 사실은 내놓지 못했다. ‘교내 체육시설 공사 과정에서 안전을 비는 뜻으로 이 학교의 행정실장이 주도해 굿을 했다’는 정도다.

일각에선 이번 ‘교내 굿 사태’를 ‘학교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곪아 터진 것’으로 본다. 학교장이 한 달 가까이 병가 중이었고, 이번 굿에 관한 사전 정보도 전혀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 재단(=학교법인) 측과 틈이 많이 벌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전 학교운영위원장인 D씨는 학교 측과의 갈등을 적극 밝히기도 했다. 그는 뉴스사천과 가진 인터뷰에서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던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행정실장이 나도 모르게 각종 서류에 서명을 하거나 도장을 사용한 것을 지난 5월에야 알게 됐다. 그래서 학교 측에 항의했고, 사천교육청에는 민원을 넣었다”고 말했다.

김법곤 사천교육장은 이번 굿 논란에 대해 “도교육청에서 (해당 학교에 대한)감사를 앞두고 있다”며 “문제가 있으면 감사를 통해 다 나올 것이고, 거기에 따라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기본법 제6조 2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학교에서는 특정한 종교를 위한 종교교육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되어있다. 경남도교육청은 A중학교에 대해 7월 16일부터 감사를 진행한다. 

굿판 현장에서 굿을 주도한 행정실장과 교장, 전 운영위원장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발견돼 논란이 일고있다. (사진=학부모 제공)
굿판 현장에서 굿을 주도한 행정실장과 교장, 전 운영위원장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발견돼 논란이 일고있다. (사진=학부모 제공)

한편, 학교에서 벌어진 이번 굿과 관련해 그 성격이 무엇인지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학부모들은 ‘저주 굿’을 의심한다. 근거로는 굿판 현장에서 발견된 축원문처럼 생긴 종이에 학교장 C씨와 전 운영위원장 D씨의 직위와 이름이 적혔음을 든다. 두 사람이 최근 행정실장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는 전제를 깔고서다.

게다가 안전기원제 성격을 띤 굿이라면, 공사 시작에 맞춰서 가능한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아 하는 게 일반적인데, 공정률이 9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비밀스럽게 했다는 점에서 학교 측 주장을 의심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굿이 진행되는 동안 학교 내 모든 CCTV는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학부모가 직접 촬영한 일부 영상을 본 한 무속 관계자는 “굿에 구체적인 이름이 있다면 토지 신께 이 땅에서 특정한 인물이 떠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굿일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D씨는 “학교 안에서 어떻게 굿을 벌일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더욱이 허락도 없이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게 소름 끼치고 무섭다”고 털어놨다.

반면, 이번 굿 논란과 관련해 해당 학교의 행정실장에게 직접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는 “곧 도교육청의 감사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를 다른 학교 관계자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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