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쉬운 우리말 쓰기 : ‘알려라, 더 넓게 더 쉽게’

<알려라, 더 넓게 더 쉽게>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의 지원으로, 경상대학교국어문화원‧사천시‧뉴스사천이 함께 싣습니다. 사천시가 발표하는 공고‧고시문을 경상대 국어문화원이 쉬운 우리말로 다듬은 뒤 뉴스사천이 기사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어렵고 딱딱하고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쓰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공고문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정보를 전달하려는 목적을 지닌 글이다. 그럼에도 공고문을 읽을 때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충실히 담아내지 못한 경우를 종종 본다. 어려운 전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 ‘읽는 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 때도 많다.

때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내용을 풀어서 쓰는 과정에 글이 길어지고 복잡해지는 경우다. 이는 오히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번 ‘2020년 하반기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 신청 공고’(사천시 공고 제2020-799호)에 그런 사례가 있다.

가령 ‘농촌 외의 지역에 거주하면서 농지원부 또는 농업경영체에 등록한 자로서 그 기간이 2년 이하인 자 중 이미 농촌으로 이주한 자는 신청 가능’이라는 말은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길게 풀어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문장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쉽고 간결한 형식을 취해야 하는데,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내용이 장황해진 것이다.

저 대목은 농촌에 살지 않으면서도 농지원부를 지녔거나 농업경영체에 등록했던 사람도 지원할 수 있게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시에 거주하며 2년 이상 오랫동안 농업경영에 참여한 사람까지는 지원하기 어렵다는 뜻이 깔린 듯하다. 따라서 공고문의 저 대목은 ‘농촌에 살지 않으면서도 농지원부나 농업경영체에 등록해 그 기간이 2년이 지나지 않았고 지금은 농촌에 이주한 사람은 신청 가능‘으로 바꾸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물론 이렇게 바꾼 글도 썩 만족스럽진 않다. 최대한 원문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고친 탓이다.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선 필요한 설명은 충분히 덧붙이되,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공고문 작성 방식에서 벗어나 ‘더 쉽게, 더 효율적으로’ 공고문을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모두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몇 가지만 더 살펴보자. 공고문 중에 ‘재촌비농업인’이란 표현이 있다. ‘농촌 지역에 살면서도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을 한자식으로 쓴 것 같은데, 너무 어렵다. 따라서 쉬운 우리말로 풀어쓴 말을 먼저 쓴 뒤 필요하다면 괄호 속에 넣어 덧붙이는 게 낫겠다.

그리고 ‘전업적 직업을 가진 자’는 ‘전업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풀어 쓴다.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에서는 개화기 이전 우리말에 접미사 ‘-적’이 쓰인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며 접미사 ‘-적’이 붙은 말들이 용법이나 의미 면에서 일본어와 별 차이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적’이 붙은 어려운 한자어를 순화하여 쓰는 것이 좋다.

‘9. 안내와 문의’에서 ‘안내’는 사업 담당 부서가 하는 것이고, ‘문의’는 알림글을 접한 국민이 하는 것이다. 알림글은 글을 읽는 국민을 기준으로 작성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의’라고 쓰는 것이 좋다. 또한 ‘문의’ 뒤에 나오는 내용이 ‘문의 사무를 맡아보는 부서’이기 때문에 ‘문의처’라고 쓰는 것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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