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살기가 바빠 그런지 하늘 한 번 쳐다보기가 어렵다. 길 가다 하늘이 좋다고 한참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면 아무래도 이상한 사람이라는 오해도 받음직하다. 그래도 우연히 올려다본 하늘의 그 푸르름이며 둥실 뜬 구름은 사람을 절로 착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이 있다. 

밤하늘은 어떤가. 달이 밝아 별이 드물면 그 달 구경도 좋겠지만 달이 숨어 별이 총총한 하늘을 우연히 발견한 놀라움은 살아있음의 기쁨을 더해 주는 일임에 틀림없을 것으로 믿는다. 누구에게나 저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면서 알지 못할 미래에 대한 설렘을 가져본 기억이 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별을 노래한 시 중에 아름다운 시가 많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그 대표격으로 꼽을 수 있겠다. 꽤 긴 시라 한 연만 옮겨 실어 본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이성선 시인의 시 ‘사랑하는 별 하나’도 좋은 시다. 마지막 연만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별을 노래한 시 중에서도 1969년 발표된 김광섭 시인의 시 ‘저녁에’는 그 마지막 구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특히 유명하다. 김환기 화백은 이 시에서 영감을 얻어 예의 그 마지막 구절을 제목으로 하는 유명한 그림을 그렸고, 1969년 발표된 최인훈 작가의 희곡 ‘온달’은 이듬해 연극 공연 때부터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로 제목이 바뀌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와 영화도 나왔다. 우리에게 친숙하기로는 아마 듀엣 유심초가 이 시에 곡을 붙인 것을 부른 가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아닐까. 시 ‘저녁에’는 길지 않기에 전문을 옮겨 본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연은 별과 나의 만남이다. 수많은 별 중 한 별과 수많은 사람 중에서 한 사람과의 특별한 인연이다. 그러나 그 인연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이기에 2연에서는 별은 날이 밝으면 사라지게 마련이고 사람은 죽어 언젠가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는 숙명을 그렸다. 3연은 이렇게 정다웠던,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이던 ‘너 하나 나 하나’는 이제 이별 후 어디서 어떻게 변하여 다시 만날 것인가를 노래한다.

사람은 혼자 나서 혼자 죽는 존재이기에 본질적으로 고독하다고 할지 모르나, 그러면서도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좋은 인연들을 만들고 만남을 이루어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지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기 마련이고 그 그리움은 대개 사람을 착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거듭해 본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