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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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나?
  • 고해린 기자
  • 승인 2020.06.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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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원금 미수령자 조사 중 주검으로 발견
‘고독사·복지 사각지대’ 공통점···사회안전망 점검 필요
시보건소 “코로나 때문 단정 못 해···심리적 위협은 분명”
최근 사천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미수령자 조사 중 잇단 주검이 발견됐다.
최근 사천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미수령자 조사 중 잇단 주검이 발견됐다.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막 더위가 시작되는 초여름에도 복도는 서늘했다. 휑하니 열린 현관문은 적막감을 더욱 키웠다. 지난 5월 26일, 한 노인(A씨, 79세)이 숨진 채 발견된 사천의 한 아파트 풍경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사인은 병사(病死)로 알려졌다. A씨의 우편함에는 미처 전달되지 않은 고지서와 우편물들이 가득했다. 고약한 냄새가 가시지 않은 텅 빈 공간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일까. 고독하게 죽음을 맞았을 A씨가 떠올랐다. 아파트 입구에는 미처 다 치우지 못한 A씨의 화분 몇 개가 남아있었다. 

누군가는 A씨의 죽음을 ‘코로나가 들춰낸 안타까운 죽음’이라고 했다. A씨가 경남형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않자, 5월 중순 관할 주민센터에서 연락을 취한 것이다. 주민센터 측에서 A씨의 거주지를 찾아갔으나 인기척이 없었다. 주민센터는 수소문 끝에 손자에게 연락이 닿았고, 경찰 신고로 이어졌다. 경찰이 A씨의 거주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A씨는 이미 숨진 지 한 달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세 자식들이 있었지만 함께 살지는 않았다. 이웃의 말에 따르면 가족이나 주변과의 교류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A씨의 바로 아랫집에 사는 주민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는 모습을 본 적 있다”며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혼자 돌아가셨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관할 주민센터의 한 직원은 A씨의 죽음이 뒤늦게 알려지게 된 이유에 대해 “A씨가 기초연금수령대상자이긴 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독거노인의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상시 점검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와 비슷한 죽음이 또 하나 있었다. 지난 5월 31일 사천의 한 컨테이너에서 B씨(52)가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B씨 역시 A씨와 마찬가지로 긴급재난금 미수령자였다. 경찰이 B씨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지 꽤 시간이 지나 백골화된 상태였다. B씨의 사인은 기아사(饑餓死)로 밝혀졌다.

2년 전 타 지역에서 사천으로 넘어온 B씨는 지난해 사천의 한 동네로 전입신고를 했으나, 실제로는 다른 동네의 컨테이너에서 장기간 혼자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실제로 거주한 곳과 전입신고 한 주소지가 달라 주민센터의 관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사체가 발견된 동네의 주민센터 직원은 “B씨의 경우 주소지가 다른 곳이라, 관리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B씨의 주소지가 등록된 주민센터의 직원은 “작년 전입신고 이후 B씨의 주소지를 찾아갔더니 칫솔 하나 볼 수 없는 상태였다”며 “주소지만 위장전입되어 있고, 실제로 거주하지 않아 주민센터에서 관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B씨가 거주하던 동네의 한 주민은 “B씨가 타 지역에서 일자리가 없어 사천으로 왔다는 말을 했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두 죽음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존재했다.

첫 번째는 A씨와 B씨 모두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지원된 ‘긴급재난지원금 미수령자’였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혼자 사는 사람이 사망 후 한동안 방치됐다 뒤늦게 발견된 ‘고독사(孤獨死)’였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기초생활수급자 혹은 독거노인 등의 기준에 해당이 안 되거나, 주소지가 다르게 되어 있어 일종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한편에서는 시기적으로 봤을 때 ‘코로나 블루(Corona Blue)’가 이러한 죽음들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사천시보건소 정신건강팀 이영희 주무관은 이러한 의견에 “최근 사천에서 발생한 자살 혹은 죽음의 원인이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사람들의 정신 건강과 심리적인 측면에서 위협적인 존재인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경제 위기라던지, 심리적인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답답함, 불안감, 두려움, 무기력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며 “코로나 블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면과 기상 등 일상 속 긍정적인 리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 정신건강 담당 부서 책임자인 데버러 케스텔은 “죽음과 질병의 공포 속 경제적 혼란과 격리는 심리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WHO는 5월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코로나19 및 정신건강과 관련한 행동 필요성’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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