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천천히, 살며시 걷는 광포만 '뚝방길'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보다 더 좋은 길. 사천 뚝방길이 있습니다. 하늘과 땅, 산과 강, 바다와 갯벌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입니다. 하늘빛은 시리도록 파랗습니다. 조각 구름이 뭉게뭉게 지나갑니다. 시린 하늘이, 푸르른 산이 강 속으로 빨려들어옵니다.  은빛 물별도 반짝입니다. 산들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옵니다.

▲ 곤양천을 따라 이어지는 뚝방길(민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기수역)
▲ 곤양천이 시작되는 곳

 곤양천을 따라 양쪽으로 뚝방길이 이어집니다. 하동군 북천면, 옥종면, 사천시 곤양면, 곤명면 실개천에서 내려온 작은 물들이 모이고 모여 큰 바다 태평양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곳이 곤양천입니다.  곤명면 원전 삼거리, 조장리 그리고 다솔사 들어가는 입구 아랫녘 들판과 비봉내를 휘감으며 남해고속도로 곤양 I.C 부근을 지납니다.

▲ 광포만 생태지도를 보고 있는 학생들

 곤양천과 광포만 뚝방길 걷기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입니다. 지도를 보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하수종말처리장 옆까지 바닷물이 들어옵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입니다.  참게, 은어, 숭어, 망둥이, 농어가 산란하러 올라오는 길입니다. 예전엔 연어도 볼 수 있었다네요.   

▲ 곤양천, 광포만 뚝방길 지도

  광포만은 옛날 광포나루가 있던 곳입니다. 곤양면 대진리 한월마을을 따라  바다쪽으로 나가다 보면 광활한 갯벌 광포만이 나타납니다. '넓게 펼쳐진 포구에 형성된 만'이라는 뜻으로 광포만으로 불립니다. 광포나루는 옛날 흔적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하동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고령토를 광포나루에 야적해 놓았다가 사천대교 근처에 정박해 있는 큰 배에 싣고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합니다.

▲ 곤양천 뚝방길 오리제방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대진교와 제민마을 앞을 지나 곤양천 옆으로 난 오리제방 뚝방길을 따라 천천히 걷습니다.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청머리오리, 흰뺨오리, 댕기물떼새, 논병아리, 깝작도요들이 무리지어 날아다닙니다. 인기척에 놀라 요리조리 이동을 합니다. 창공을 나는 겨울철새들의 날갯짓이 보기엔 좋지만 새들 입장에선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조용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가면 새들도 크게 놀라지 않습니다. 자기들을 해칠 마음이 없다는 것을 감으로 아는 듯합니다.

▲ 물 위로 산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 광포만(건너편 산쪽은 곤양면 대진리입니다.)

 오리제방 뚝방길이 끝나는 지점에 배수펌프장이 있습니다. 곤양천 하구 갯잔디 군락이 넓게 펼쳐지는 곳입니다. 갯잔디 군락 사이로 겨울철새들이 먹이를 찾고, 목욕을 하고, 휴식도 합니다. 망원경으로 보면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물 위로 산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 광포만 주변 습지

 습지는 아름답습니다. 온갖 생물의 서석처이기 때문입니다. 변화되는 모습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하면 재밌습니다. 아름답습니다. 반면 획일화된 모습은 단조롭습니다. 단조로움은 지루함을 가져옵니다. 자연이 아름다운 건 다양하게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 갈대와 광포만

 멀리 산과 산 사이에 이명산과 봉명산이 아스라히 보입니다. 갈대밭도 있고, 갯잔디 군락도 있습니다. 바닷가에 사는 염생식물들입니다. 식물 이름 앞에 갯자가 붙으면 소금기가 있는 갯가에 사는 식물이란 뜻입니다. 갯질경, 갯잔디, 갯개미취, 갯사상자, 갯능쟁이 등이 있습니다. 광포만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염생식물들 입니다.

▲ 광포만과 금오산

 광포만과 곤양천 하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조도리 산 정상입니다. 멀리 금오산도 보입니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면 만날 수 있는 풍광입니다.

 마을길, 오솔길, 숲길, 고갯길, 옛길, 신작로,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요즘 가는 곳마다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유행입니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이 대표적인 길이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길 위에서 건강을 다지고 삶의 여유와 위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되돌아 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내가 하나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삶을 관조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 흐르는 소리 들으며 뚝방길 따스한 햇살 속을 걸어갑니다.  경쟁과 자본의 논리,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논리에서 잠시 빠져나와 복잡해진 머리를 잠시 식힐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번 주말, 아이들과 손잡고 광포만 주변을 함께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뉴스사천과 함께 하는 사천기행, 이번 주는 제주 올레길 못지 않은 아름다운 광포만으로 떠납니다.

▲ 독수리의 활공 비행

 *'뚝방'은 방죽의 사투리 입니다. 방죽 또는 방천은 강의 물이 넘지 않도록 쌓은 뚝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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