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시공사-하도급-재하도급으로 ‘꼬리 물기’
노동자 “어느 업체 소속인지 헷갈릴 때 많아” 
앵커볼트 시공에 이어 일부 용접도 문제 드러나
삼천포발전소 “계약사 등에 민형사상 책임 묻겠다”

삼천포화력발전소 전경.
삼천포화력발전소 전경.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삼천포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 시설 공사 중 일부가 부적절하게 이뤄졌음이 공사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의 폭로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시공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 일을 맡긴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6월 8일 현재 노동자 신성철 씨(기계설비 부문 전 작업총괄반장)의 폭로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대형 배관시설을 떠받칠 철 구조물 공사를 하면서 일부 앵커볼트를 잘못 시공한 것을 제대로 바로잡지 않은 채 눈가림했음이 시행사인 삼천포발전본부와 시공사인 BDI㈜의 합동 조사로 드러난 것이다. 양 측은 “이를 바로잡는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당초엔 “확인 결과 우려할 일은 없다”고 했던 ‘용접 부실시공’ 논란에 대해서도 일부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대형 흡수탑과 습식전기집진기의 일부 용접 부위를 금속성분분석기(PMI)로 측정한 결과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곳이 여럿이란 얘기다. 전문기관에 검사를 의뢰한 뒤 부적합한 곳을 바로잡고, 계약사와 관련자에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부적절하거나 부적합한 공사를 한 책임을 직접 시공한 업체에 묻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시공사인 BDI에서 하도급사인 S사에 기계설비 부문 공사를 맡긴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신 씨처럼 삼천포발전소 환경개선설비공사에 참여하다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A씨는 “처음엔 S사 소속이었다가 4월부터는 D사 소속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씨는 “S사가 곧 D사나 마찬가지여서 거기서 거기”라면서, 자신이 정확히 어느 업체에 고용돼 일했는지 알지 못했다.

여기서 말하는 S사는 BDI와 직접 계약을 맺은 업체다. 공사 초기부터 전기 부문을 맡아 오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기계설비 부문 공사도 맡았다. 문제는 이 업체가 기계설비 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아니라는 데 있다. 그래서 기계설비 공사를 실제로 진행할 D사를 끌어들였다. ‘하청에 재하청’이 이뤄졌던 셈이다.

이에 대해 강석원 BDI 부사장은 “재하청(=재하도급)이 불법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 전문업체인 S사가 평소 일을 잘하던 터라 기계설비 부문 시공을 맡겨도 잘하겠다는 신뢰가 생겨 추가 계약을 맺은 것”이라 설명했다. 또 “이는 우리 마음대로 결정한 게 아니고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발주처에 승인을 받아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는 ‘종합공사가 가능한 건설사업자가 하도급을 받은 경우 그 중 전문공사에 해당하는 공사를 다시 하도급 할 수 있으며, 이때는 발주자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S사는 종합공사가 가능한 일반건설업 면허를 지녔다.

그럼에도 국책사업으로 진행하는 발전소 공사를 굳이 하도급에 재하도급의 구조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BDI 측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S사는 기계설비 부문 공사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인지 4월에 들어선 D사가 직접 기계설비 공사를 맡겠다고 나섰고, BDI와 계약까지 맺었다.

하지만 BDI는 D사가 계약이행보증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월 20일자로 ‘계약 무효’를 통보한 상태다. 이 과정에 공사 주체에 혼란이 생겼고, 노무비와 장비비 등 각종 공사비 지급도 늦어졌다. 이는 노동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져, 한쪽에선 파업 또 다른 한쪽에선 부실시공 폭로라는 뜻밖의 상황을 낳게 됐다.

사천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처음부터 전기는 전기, 기계설비는 기계설비 전문업체에 맡겼다면 실수가 있더라도 이런 분란이 생기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간을 되돌려 보면, 노동자들의 폭로로 드러난 각종 부실시공은 S사가 일을 맡고 있던 3월에 일어났다. 이를 깨닫고 눈가림식 땜질 처방을 한 것은 D사가 계약을 맺은 시기다. 둘 다 D사가 주도한 일로 보이지만 누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지를 두고선 앞으로 법적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이번 공사의 발주처이자 최종 관리와 감독 역할을 해야 할 삼천포발전소가 그 책임을 다했는가 하는 점도 깊이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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