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20×15. 2020.
쉿!. 20×15. 2020.

두 사람 젓가락이 부지런히 오간다. 밑반찬이 가득 차려진 한식집에서 젓가락은 고추나물만을 끊임없이 다녀간다. “그것만 집어 먹지들 마시라고요!” 들은 척도 않고 장난스럽게 이젠 가지나물을 빠른 속도로 계속 집어 댄다. “골고루 드시라고요! 여기저기 오이무침이랑 감자샐러드에 불고기도 있잖아요.” 두 사람의 젓가락에는 고추나물과 가지나물이 한가득 개구지게 매달려 있다. 두 개의 찬만 열심히 집중공략중이다. 그릇 밑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환장하겠네!” 아직 채 밥이 나오지 않았다. 

고성 바닷가가 핑크빛으로 물들기 전, 이른 저녁을 먹으려 교외 식당으로 가고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차안 공간은 밀폐된 오아시스다. 풍경이 배경이 되는 좁은 공간은 한없이 따뜻하고 평화로웠다.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금계국이 만발한 바닷가 길을 달리고 있었다. 적당한 허기를 채우려 식당으로 가면서 내가 가장 어색한 것이 있다고 말했지만 두 사람은 믿지를 않는다. 식당에서 밑반찬을 다시 달라고 말하는 것을 가장 힘들어한다고 했다. 소심한 A형이라 했고 나는 그런 작은 배포가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절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수백 명 앞에서 마이크 잡고 붓 잡는 그 배포에 어찌 그게 안 되다니요!” 

식당에 들어가 앉으니 밑반찬이 먼저 차려지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딱 두 가지 반찬만을 계속 먹고 있다. “이거 빨리 없애 버릴 테니 밑반찬 더 달라고 한번 말해 보세요.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젓가락질이 빨라지고 있다. “못해요. 장난치시지 마시라고요.” 고추나물과 가지나물이 금방 사라져 버렸다. “사장님~ 사장님~ 이 분이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봐요.” 나는 묵묵부답이다. 영문을 모르는 주인장이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래도 나는 묵묵부답이다. 포기한 듯 싱긋이 웃으며 대신 말을 내뱉는다. “저희 여기에 고추나물이랑 가지나물 더 주세요.” 오늘도 고추나물과 가지나물이 붓 세우는 일보다 더 어려웠다. 

식사를 마치고 손님 발길이 거의 없는 바닷가 찻집으로 들어섰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는 조용해 좋다며 이곳에서 노트북 들고 하루 종일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런 곳에서 하루 종일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을 수 있는 그런 배포는 되시지요?” “제가요? 설마요” 아무도 없을 이곳에 다른 손님 없이 나 하나 때문에 돌려야 하는 전기세를 계산하고 있었다. 절대 그러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찻집을 다닌다고 했다.  

“아마, 저 메뉴판에 있는 음료가 제 테이블에 위에 다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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