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태부 ‘항공제조업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장’

각계각층에 간절한 호소…“6월부터 진짜 위기”
글로벌 항공수요 막막…2~5년 지나야 회복 기미
고용유지 정부대책 절실 “우리에게 일감을 달라”

자재가 쌓인 공장에서 현 항공부품제조업 위기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황태부 위원장.
자재가 쌓인 공장에서 현 항공부품제조업 위기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황태부 위원장.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사태로 사천의 대표산업인 항공부품제조업이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당장 사천지역 항공부품제조업체 1분기 매출이 70% 이상 감소하고, 종사자들은 고용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체와 관계기관 등이 함께한 항공제조업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해 각계각층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22일 황태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디엔엠항공 대표)을 만나 현재의 위기사항과 대책위 활동 등을 물었다.

#타지역 사람들은 항공운송업 위기는 알아도, 항공제조업의 위기는 생소하다. 어느 정도 상황인가?

=당장 한국항공우주산업(KAI)산청 날개공장이 두 달간 쉬어야 한다. A사는 150명이 쉬고 있다. B사도 50~100명 정도가 휴업이지만, 다음달부터 150명이 휴업에 들어간다. 대형항공사 직수출물량이 큰 C사도 300명이 휴업에 들어간다. 개별 기업들의 사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동안에는 고용유지금이 있어 그나마 고용을 유지하던 곳들도 6월부터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된다. 그동안 해외직수출을 위해 생산라인을 정비하고, 인력을 충원한 곳이 더 큰위기를 맞고 있다. KAI에서도 협력업체들의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4개월 물량을 당겨서 일감을 만들어주었으나, 이제 곧 재고를 쌓아둘 곳도 부족해진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이미 권고사직 등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기업체들의 도산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대책에서 항공제조업계 지원책 미비하다는 이야기도 나오던데...

=위기는 보잉 737맥스8기종 생산 중단과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시작됐다. 해외 대형항공사들이 원청인데, 이들이 셧다운 상태이고, 생산이 재개된다고 해도 재고 때문에 당장 부품 공급 재개가 어렵다. 팬데믹으로 항공기 운항이 줄어드니, 항공기 주문 취소 사례도 잇따라고 있다. 이는 연쇄적으로 항공부품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22일 정부는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대규모 실업을 방지하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7대 기간산업에 40조원, 특별고용지원업종에 10조 1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 항공부품제조업은 빠져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보잉과 에어버스사에 납품되어야 할 부품들이 쌓여 있다. 사진은 황대표 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디엔엠항공 내부 모습.
코로나19 여파로 보잉과 에어버스사에 납품되어야 할 부품들이 쌓여 있다. 사진은 황대표 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디엔엠항공 내부 모습.

#코로나19가 잦아들더라도 과거처럼 회복은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독일의 항공 시장조사 전문기관 Roland Berger는 2022년 2/4분기는 되어야 기존 납품 대수 80% 수준의 수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기관에 따라 2년에서 5년까지 회복기간을 달리 보고 있다. 여러 기관에서 향후 10년간 납품 항공기 대수 전망치를 기존보다 절반 가까이 낮게 잡고 있다. 보잉의 수주잔고 역시 주문 취소 등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당장 일감이 없어 생산라인의 절반 이상을 세워둔 항공부품업체도 부지기수다. 정부의 대책 없이는 버티기 힘든 구조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항공제조업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는데,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

=우선 지난 7일 비대위 발대식을 갖고, 긴급 토론회를 통해 항공제조업이 겪는 어려움과 시장 전망 등을 알렸다. 각계각층에 대정부 건의문 채택을 당부했고, 사천시와 사천시의회, 지역상공회의소, 경남도의회 등이 나서 주었다. 현재 항공부품제조업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목적에는 부합함에도 행정 절차상 일부 조건 미비로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비대위의 핵심적인 요구사안은 무엇인가?

=우선 △정부 긴급지원 7대 기간산업에 항공제조업 포함 △항공산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및 고용위기지역 지정요건 완화 △정부 항공전력화 사업 국내 조기발주 및 확대시행 등 항공산업 뉴딜정책 추진 등이 절실하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도 당장 필요하지만, 위기의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일감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거리가 있어야 산업이 유지된다. 방산/관용 헬기 조기 발주와 항공뉴딜사업 추진은 세계적인 항공산업이 회복되기까지 몇 년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다.

현재 계획되어 있는 군용, 관용 사업들의 조기발주를 통해 우리에게 일감을 달라. 해외구매 보다 국산화 가능한 부분에 대한 뉴딜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후 비대위 활동 계획은?

=당장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현역 국회의원 등에게 서한문을 발송하는 등 도움을 구하고 있다.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즉시 관계기관들과 함께 직접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다. 다행히, 지난 10일 기간산업 안정기금 설치법이 새로 제정됐다. 이 법 시행령에 항공부품제조업이 들어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항공제조업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 참석자들이 대정부 건의문 채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항공제조업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이 지난 7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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