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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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힘
  • 배선한 시민기자
  • 승인 2020.05.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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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콜 오브 와일드'
'콜 오브 와일드' 포스터.
'콜 오브 와일드' 포스터.

개와 인간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귀가 솔깃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서사다. 고난 극복의 모험은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크게 무리가 없다. <콜 오브 와일드>는 ‘잭 런던’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데, 무명의 젊은 작가를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려놓은 이 소설은 강렬하고 뭉클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한 세기를 훌쩍 지나 스크린으로 옮겨온 <콜 오브 와일드>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CG로 주인공 ‘벅’의 모험을 구현했다. 

문명의 삶 속에서 인간에 길들여진 애완견 ‘벅’은 어느 날 갑자기 납치돼 알래스카로 가면서 썰매개의 삶을 살게 된다. 고난과 모험의 시작이면서 말 그대로 ‘야성의 부름’에 응답해 가는 여정이다. 영화는 이 모험의 과정을 CG의 힘을 빌려 섬세하게 그려냈다. 클라크 게이블 주연의 1935년作 <야성의 부름>에 비해 로맨스 분량을 줄이고 벅의 성장에 비중을 크게 둘 수 있었던 데는 CG의 공이 크다. 발전된 기술력은 전적으로 스토리를 강화하는데 기여한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같은 제작사에서 발표한 <킹스맨>에 비해 제작비가 두 배에 이르는데, 아마도 웅장한 자연과 벅을 비롯한 개들의 감정을 묘사하는데 사용되었나 보다. 그만큼 볼거리는 충실하다고 하겠지만 CG가 다소 과하다는 느낌도 있다.

가족 대상의 관람객을 고려한 만큼 원작보다 수위는 많이 낮아졌다. 폭력적인 인간에 대한 묘사나 잔인한 상황은 윤색되거나 삭제돼 어린이들이 봐도 안전한 수위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인공 ‘벅’의 캐릭터도 약화됐다. 그러다 보니 본성을 찾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벅’의 모험담이 너무 빤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게 아쉽다. 개연성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개성을 풍성한 볼거리에 양보한 셈이다.

자연과 인간과 동물이 조화로운 세상은 사실 유토피아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콜 오브 와일드>는 한 견공의 모험과 성장담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인간에 대한 우화다. 선악의 개념조차 모호한 이성이 통하지 않는 사회, 무법과 무질서를 기본으로 한 적자생존의 사회에 끌려온 벅은 다시 야생 개들의 틈바구니에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벅과 개들이 이처럼 치열하게 싸워나가는 모습은 인간 세상에 대한 거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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