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끈. 20×15. 2020.
질끈. 20×15. 2020.

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 현관문을 열고 나서려는 순간 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  어지러워 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골개골개골개골개골........ 봄밤의 포근한 바람이 좋았고 ‘아까시’ 향기도 좋았다. 하지만 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 이제 또 잔인한 계절이구나. 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

도심에서 약간의 외곽에 떨어져 있는 집으로 들어가려면 넓은 논길을 지나야 한다. 들녘 저만치 아파트 불빛을 뒤로하고 집으로 달려가는 시간은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시간이다. 매일 달이 변하는 것을 보았고, 별이 움직이는 것도 보았다. 그렇게 가로등 하나 없는 마을길을 달린다.
 

이맘때다. 논에 물 대는 계절이 오면 투명한 흥취보다 불편한 두려움이 앞선다. 이 불편함 때문에 집을 옮길 수도 없거니와 먼 길로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깜깜한 밤 집으로 가는 길바닥에는 자동차 불빛에 비치는 번뜩거림이 있었다. 어둠 속에서 포물선을 그으며 길을 건너는 작은 개구리였다. 길바닥은 온통 개구리들의 건널목이 되어 있었다. 어릴 적 친구와 함께 진주 뒤벼리 버드나무 길을 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머리를 치켜든 사마귀 떼가 나뭇잎처럼 길바닥에 쏟아져 내려앉아 우리는 혼미한 상태로 두 눈 질끈 감고 무작정 뛰었었다. 내 발에 밟히거나 뛰어 오르거나.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계절이 불편하게 잔인했다. 

짧은 순간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자동차 발통의 정확한 위치를 감지하고 폴짝거리는 그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한다. 흰 번득거림이 길바닥에 뒹구는 돌멩이인지 아님 생명체인지 동물적인 감각으로 알아내야만 한다. 자동차 불빛에 멈춰 버린 녀석들의 감정선까지도 파악해야 한다. 그 녀석들은 자동차도 움직일 것인지 멈출 것인지를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마음이 서로 통해야만 한다. 건너던 길을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녀석들의 속도를 계산하며 내 자동차 발통의 위치를 조절해야만 한다. 장애물을 피해 달리는 오락실 게임과 흡사하다 여겼다. 비틀비틀 핸들을 움직인다. 두 눈 딱 감고 달렸을 때 밟을 확률과 핸들을 돌리며 밟을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하며 후회를 한다. 이맘때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힘이 쭉 빠져 버린다. 이젠 개구리와도 감정싸움을 다하고 있다 내가.

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 논에 물이 가득 차 있어. 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 달이 잠겨있고 별이 잠겨있고 나무 그림자 잠겼지만. 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 밤새 울어대는 저 개구리의 목청은 잠기지도 않는가 보다. 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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