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사냥의 시간'

'사냥의 시간' 포스터.
'사냥의 시간' 포스터.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이 <사냥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거의 9년 만이다. 차기작을 기다린 짧지 않은 시간만큼 기대도 크기 마련이고 전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닌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봉 과정은 기다림의 과정이 무색할 정도로 순탄치가 않아서 결국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넷플릭스가 가지는 장단점이 <사냥의 시간>에서도 드러나는데 넷플릭스가 아닌 영화관에서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사운드 측면에서 그렇다. 한 인터뷰에서 윤 감독은 “드라마와 대사 위주에서 탈피해 단순하고 직선적인 이야기를 비주얼과 사운드를 통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가 구획한 비주얼과 사운드는 결론적으로, 넷플릭스와 조화롭지 못했다. 

<사냥의 시간>은 헬조선을 살아가는 불안한 청춘들이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쫓기는 이야기다. 드라마에 능한 윤 감독이 전작과는 달리 이미지에 집중한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새롭지만 한편으로는 혼란스럽기도 해서 어쩔 수 없이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영화적 공간은 풍자와 은유의 외피를 두른 지옥 같은 현실이다. 충분히 우화적이지만 그 우화는 현실의 고통으로 관객의 감정을 이끌지 않는다. 그냥 디스토피아적인 가상의 공간은 오히려 관람자와 분리돼 객체화 시킨다. 어떻게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배경인 ‘지옥’을 이해시키느냐의 문제인데, 현실을 풍자하기 위해 현실과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든다. 전작과 확실히 다른 지점이며 윤성현 감독이 보여줄 영화적 세계가 다양하고 넓다는 방증으로 보고 싶다. 

<사냥의 시간>은 우여곡절 끝에 관객을 만났지만 첩첩산중을 헤매다 용두사미로 끝난 느낌이다. 그런데 보통 이렇게 마무리 지을 경우 감독의 연출력 부재가 따라 나오지만 <사냥의 시간>은 꼭 그렇지 만은 않다. <파수꾼>에서 보여줬던 감각은 여전히 영화를 관통하며 재능으로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력을 조율하는 역량도 좋다. 특히 시각적, 청각적 요소들을 배치하는 공간 구성 능력은 이 영화를 언젠가는 꼭 개봉관에서 봐야겠다는 의지를 샘솟게 만든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속편이 되었건 차기작이 되었건 다음 작품에서는 복합적 장르가 주는 혼란이 아닌 쾌감으로 넘치는 영화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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