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학생·스마트스쿨’···위기를 기회로
담임 중심 TF팀 꾸려 ‘온라인 개학’ 대비
노정임 교장 “온라인개학, 교육 패러다임 바꿔”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온라인학습, 공간·거리의 ‘벽’을 허물다

“저희 학교는 그전부터 온라인으로 학습을 해 와서 이번에 크게 힘든 점은 없었어요. 온라인으로 개학 할 줄 미리 알고 준비한 건 아닌데 이렇게 됐네요.(하하)”

4월 22일 사천의 최북단에 위치한 곤명중학교에서 만난 노정임 교장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을 피해갈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곤명중은 철저한 수업 준비와 탄탄하고 조직적인 체계로 난관을 잘 헤쳐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줌(Zoom)'으로 역사 수업을 하고 있는 신정환 교사.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줌(Zoom)'으로 역사 수업을 하고 있는 신정환 교사.

이날 방문한 곤명중은 6교시를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3학년 교실로 들어서자 신정환 교사가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줌(Zoom)’으로 학생들과 역사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 수업 주제는 ‘흥선대원군의 집권과 개항’. 신 교사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자, 노트북 화면에서 학생들이 너도 나도 정답을 외쳤다. 온라인 수업에서 자주 발생하는 영상 끊김, 응답 지연 등의 상황은 현장에서 볼 수 없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돋보였다. 대부분의 학생이 화상으로 얼굴을 보여주면서 교사의 질문에 답하고, 질문을 던졌다.

2학년 교실도 마찬가지였다. 탁구를 치듯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빠르고 경쾌하게 질의응답이 오갔다. 실제 등교수업을 하듯이 팽팽하게 진행되는 수업에 감탄하는 사이, 아직 놀래기는 이르다며 노정임 교장이 기자를 1학년 교실로 이끌었다. 

곤명중 김종철 교사가 전자칠판을 활용해 실시간 쌍방향으로 수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자칠판에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쓴 답이 나타났다.
곤명중 김종철 교사가 전자칠판을 활용해 실시간 쌍방향으로 수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자칠판에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쓴 답이 나타났다.

‘비장의 무기’가 있는 1학년 교실에서는 김종철 교사가 한창 수학 수업 중이었다. 김 교사는 전자칠판에 판서를 하고, 오른쪽에 있는 화상 화면을 확인하면서 학생들이 수업을 잘 듣는 지 확인했다.

“형준이, 지유, 정호. 한 명씩 30, 72, 90을 소인수분해 해볼까?”

김 교사가 학생들에게 문제풀이를 시키자, 전자칠판에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수업을 들으며 실시간으로 쓴 답이 적혔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쓴 답 밑에 이어서 판서를 하며 30, 72, 90의 최대공약수를 구했다. 실시간으로 공간과 거리의 장벽을 허무는 온라인 학습 풍경이었다.

온라인 개학 ‘강자’가 된 비결

노 교장에게 곤명중이 온라인 개학의 ‘강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2가지를 꼽았다. 바로 ‘적당한 학생수’와 ‘현대화된 교실’이다. 

현재 곤명중은 학생 34명에 교사 9명으로 교사 1인당 학생수가 3.8명, 학급당 학생수는 11.3명이다. 학생수가 많지 않다보니 오히려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는 딱 적당하단다. 학생들이 집중하기도 좋고, 교사들이 각 학생들을 세심하게 살필 기회도 조금 더 많다는 것. 

또한 곤명중은 지난해 삼성스마트스쿨 사업으로 현대화 된 교실을 갖게 됐다. 삼성스마트스쿨은 삼성전자의 교육기부 프로그램이다. 곤명중은 12곳을 뽑는 공모에서 전국의 중·고등학교 중 유일하게 선정됐다. 온라인 수업에 유용하게 쓰인 전자칠판, 태블릿PC 등 첨단 IT 교육기자재를 지원받은 것도 이 때다. 

곤명중은 지난해 삼성스마트스쿨 사업으로 현대화 된 교실을 갖게 됐다.
곤명중은 지난해 삼성스마트스쿨 사업으로 현대화 된 교실을 갖게 됐다.

노 교장은 “2017년 9월에 공모교장으로 왔을 때, 학교가 폐교 위기였어요. 운동장에는 풀이 무성하고, 학생들은 10명 남짓? 그때 결심했습니다. 학교를 한 번 바꿔보자. 그러려면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노 교장은 ‘시골은 왜 안 돼?’에서부터 출발했다. 학생들의 자존감을 살리기 위한 ‘부모품 자연학교’의 시작이었다. 교사들도 똘똘 뭉쳤다. 곤명중학교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양한 공모사업들과 활동에 도전했다. 학교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리기 위한 도전이 교육계의 위기 상황인 현 시점에서 빛을 발했다. 

온라인 개학이 바꿀 교육의 패러다임

이날 6교시 수업이 끝나고 모인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보완할 점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곤명중은 작년 10월부터 삼성스마트스쿨이 문을 열면서 상대적으로 온라인 학습과 친밀해져 있는 상태였다. 학생들은 태블릿PC를 이용해 학습하는 방법을 익혔고, 교사들도 온라인 학습을 위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그럼에도 갑작스레 ‘온라인 개학’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현실화되자, 교사들은 모두 머리를 모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가장 고민한 부분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까?’였다.

곤명중학교 교사들이 모여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교사들의 꼼꼼한 준비가 모여 안정적인 학습 환경을 만들어 냈다.
곤명중학교 교사들이 모여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교사들의 꼼꼼한 준비가 모여 안정적인 학습 환경을 만들어 냈다.

이는 온라인 수업의 가장 큰 우려로 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곤명중 교사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3월 초부터 학년별 담임을 중심으로 TF팀을 구성했다. 수시로 연수는 물론, 콘텐츠 개발에도 열심이다. 학습능률을 위해 온라인 개학 전에 ‘학생들의 얼굴이 화상으로 나와야 출석을 인정한다’는 규칙도 정했다. 

온라인 개학 이후, 학교의 시간은 이렇게 흘러간다. 담임교사들은 아침에 출근하면 카톡방에서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등교시킨다. 학생들의 온라인 등교가 확인되면, 그때부터 실제 등교 수업과 마찬가지로 수업시간표가 운영된다. 45분은 수업, 10분은 쉬는 시간이다. 교사들은 과목별로 수업을 하고, 학생들의 학습도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만든 학습지, 과제 등을 내준다. 학습인증도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회의 중간에도 아이들이 보낸 카톡 등으로 교사들의 휴대폰은 쉴 틈이 없었다. 

예체능 과제인 요가 자세 인증샷을 찍어 보낸 곤명중학교 학생.(사진=곤명중)
예체능 과제인 요가 자세 인증샷을 찍어 보낸 곤명중학교 학생.(사진=곤명중)

곤명중의 한 교사는 “화상으로 얼굴을 보며 수업을 해도, 안 보이는 부분은 학생들이 다리를 떠는지 뭘 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온라인 개학을 하고 학생들과 메신저로도 소통을 많이 하고, 1:1로 많은 얘기를 하게 된 부분은 장점”이라고 말했다. 

노정임 교장은 “교육도 시대 흐름에 따라 빠르게 발맞춰나가야 한다”며 “이번 온라인 개학이 앞으로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정임 교장은 곤명중이 온라인 개학의 ‘강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로 ‘적당한 학생수’와 ‘현대화된 교실’을 꼽았다.
노정임 교장은 곤명중이 온라인 개학의 ‘강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로 ‘적당한 학생수’와 ‘현대화된 교실’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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