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천남해하동선거구 결과 분석
‘보수’ 아성에서 큰 득표차로 무난히 당선한 하영제 후보
코로나19가 부른 차분한 선거…‘변수’ 일으킬 가능성 없애
인물·공약 경쟁 관심 못 끌어…‘지역색 바람’도 안 통했다
사천 표심이 더 보수화 됐다?…지난 선거와 비슷, 근거부족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천남해하동선거구의 지역별 득표 결과를 나타낸 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천남해하동선거구의 지역별 득표 결과를 나타낸 표.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결과 사천남해하동선거구에선 미래통합당 하영제(54년생)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황인성(53년생)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 두 후보의 득표율 차는 21.98%p(2만 6408표)로 제법 컸다. 영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여당인 민주당의 압승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과연 무엇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이번 선거의 과정을 돌아보고 지역별 득표 결과를 살피면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기울어진 운동장’…이번에도 ‘보수’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기에 앞서 사천남해하동 유권자들의 기본적인 정치적 정서를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역대 선거 결과로는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예를 들어 지난 세 차례의 지방선거 결과만 봐도 그렇다. 사천과 하동의 경우 지금의 미래통합당과 맥이 닿는 후보가 2회, 무소속 후보가 1회 당선했는데, 그 무소속 당선인(송도근 사천시장, 윤상기 하동군수)은 현재 미래통합당 소속 신분이다. 남해의 경우는 이와 조금 다른 양상이다. 무소속-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 순으로 당선했다.

여기에 지난 19·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여상규 현 의원을 당선시킨 것을 보더라도 보수적 색채가 강하고, 미래통합당 지지성향이 강한 곳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누가 보더라도 이번 총선에서 사천남해하동선거구 만큼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이는 두 정당의 공천 과정에도 또렷이 드러난다. 민주당에선 황인성 후보가 홀로 공천 신청을 한 반면, 통합당에선 8명이 경쟁했다. 통합당 공천 신청인들은 경쟁 과정에 ‘공천=당선’이란 인식을 애써 숨기지도 않았다. 이런 인식은 공천 과정에도 묻어났다. 민주당이 선거일을 두 달이나 남겨 두고 일찌감치 후보 확정을 했다면, 통합당은 후보등록 마감 직전까지 끌고 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후보를 확정했다. 그만큼 본선 결과에는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렇듯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한 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선거는 국가혁명배당금당 고외순(59년생) 후보와 무소속 정승재(63년생) 후보까지 4명이 맞붙었지만 사실상 황-하 양자 대결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관전 포인트는 어쩌면 빤했다. 통합당의 하영제 후보를 민주당의 황인성 후보가 ‘얼마나 뒤쫓느냐’는 것. 선거운동 막바지에 이르러 하 후보 쪽에선 득표율 차 15%p 안팎의 승리를, 황 후보 쪽에선 5%p 안의 ‘접전’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결과는 하영제 59.59%, 황인성 37.61%, 정승재 1.81%, 고외순 0.97%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그대로 증명됐다.

사천, ‘지역 바람’은 불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이번 선거에 임한 황-하 두 후보는 닮은 듯 달랐다. 먼저 나이가 비슷하고 서울대를 나왔으며, 나라의 녹을 먹었다는 건 공통점이다. 그러나 황 후보가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에 힘을 쏟으며 시민단체에서 주로 활동한 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다면, 하 후보는 행정고시로 공직에 발을 디딘 뒤 임명직 거창군수, 선출직 남해군수를 거쳐 농수산식품부 제2차관까지 지낸 정통 관료라는 특징이 있다.

이들이 여야 후보로 나서서 맞붙은 이번 선거는, 큰 틀에서 여당인 민주당의 국정안정론과 야당인 통합당의 정권심판론이 격돌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고, 위기 상황에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은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영남권 분위기는 달랐다. 지난 20대 대선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비하면 보수진영의 세력 회복이 도드라진 것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전날인 13일 마지막 집중 유세 모습. 사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황인성, 미래통합당 하영제 후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전날인 13일 마지막 집중 유세 모습. 사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황인성, 미래통합당 하영제 후보.

사천남해하동선거구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선거운동이 이뤄졌고, 후보 개개인의 정책이나 공약은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을 얻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방송토론회가 후보의 역량과 소신을 엿볼 기회였으나 어느 한쪽으로 쏠릴 만큼 큰 변별력을 발휘하진 못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선거 막바지에 변수로 떠오른 건 ‘지역색’이었다. 선거운동 개시 직전과 직후에 발표된 두 차례 여론조사(MBC경남 의뢰)에서 남해 표심이 남해군 출신의 하영제 후보에게로 쏠리는 현상이 확인되자, 사천에선 ‘사천사람 황인성’을 내세우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황 후보 쪽에선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차상돈 후보(당시 무소속)가 적어도 사천에서만큼은 큰 바람을 일으키며 여상규 후보를 앞섰던 경험을 재현하고자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남해 표심을 더 결속하는 쪽으로도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지역별 득표결과를 나타낸 표>를 참고하면 하 후보는 남해에서 전체 유효투표 중 68.43%를 득표한 반면, 황 후보는 사천에서 40.86% 득표에 그쳤다. 심지어 하 후보는 사천에서조차 55.99%를 얻어 황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사천의 단단한 보수 표심…‘그대로’

그렇다면 사천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느 때보다 보수화된 결과일까. 지난 몇몇 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꼭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먼저 4년 전 국회의원선거 결과를 보면, 사천에선 무소속 차상돈 49.33%, 자유한국당 여상규 40.21%, 더불어민주당 남명우 10.45% 순으로 득표했다. 보수 성향 중에서도 여 의원에게 비판적이었던 유권자가 무소속이던 차 후보에게로 마음을 줬음이다. 어쩌면 차 후보가 무소속이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 이번 선거 결과와 단순비교 하기는 적절치 않다.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를 보려면 오히려 비례대표선거 결과를 살피는 쪽이 더 낫다. 4년 전 사천에선 새누리당 51.27%, 더불어민주당 17.20%, 국민의당 15.57%, 정의당 5.33%, 기독자유당 4.26% 순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선 미래한국당 49.60%, 더불어시민당 22.79%, 정의당 7.83%, 국민의당 4.76%, 열린민주당 3.63% 순의 득표율을 보였다. 새누리당 득표율을 미래한국당에, 더불어민주당 득표율을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득표율 합에 견주면 표심이 더 보수화 됐다고 보긴 힘들다.

황인성 후보 유세 모습.
황인성 후보 유세 모습.
하영제 후보 유세 모습.
하영제 후보 유세 모습.

 

역대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치른 2017년 대통령선거와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45.69%,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31.47%, 국민의당 안철수 11.74%, 바른정당 유승민 5.81%, 정의당 심상정 4.59% 순으로 득표했는데, 당시 중도로 인식됐던 안철수 후보의 득표를 반으로 갈라 홍‧문 두 후보에 나눠 붙이고, 유승민 득표를 홍준표, 심상정 득표를 문재인 쪽에 합산하면 57.37% 대 41.93%가 나온다. 이는 하영제와 황인성의 득표율 55.99% 대 40.86%와 엇비슷하다.

다만 2년 전 제7회 지방선거의 광역도의원 비례대표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표심의 보수화 경향을 일부 인정할 수 있다. 이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45.96%, 더불어민주당은 40.24%, 정의당은 6.80%, 바른미래당은 4.12% 순으로 득표했다. 이때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에 힘입어 경남에서도 민주당이 가장 약진했던 순간이다.

이상에서 볼 때 이번 사천남해하동선거구의 국회의원선거는 ‘코로나19’라는 핵 이슈로 차분하고 조용한 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기존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무난하게 힘을 발휘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정책과 공약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지역색’을 부추긴 선거 캠페인은 적어도 사천에선 먹히지 않았다. 그만큼 보수 성향 표심이 단단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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