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삼천포발전소, ‘문화발전소’로 거듭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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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는 삼천포발전소, ‘문화발전소’로 거듭날까
  • 하병주 기자
  • 승인 2020.04.16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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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 나이 먹은 1·2호기, 4월 30일로 ‘생명 끝’
3·4·5·6호기도 차례로 폐쇄…철거 말고 활용법 없나?
해외에선 폐발전소가 미술관…음악축제장으로 탈바꿈
‘지역사회공헌’ 뜻 담긴 공공건물로 ‘시민들 품으로’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가 오는 4월 30일까지 가동하고 폐쇄에 들어간다. 폐쇄발전소에 대한 활용 방안 찾기에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 삼천포화력발전소 전경.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가 오는 4월 30일까지 가동하고 폐쇄에 들어간다. 폐쇄발전소에 대한 활용 방안 찾기에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 삼천포화력발전소 전경.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문 닫는 삼천포화력발전소를 문화발전소로 거듭나게 해보면 어떨까?’ 조금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간 국내외 많은 도시들이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에 삼천포화력발전소의 역사를 돌아보며 곧 닥칠 ‘쓸모없음’을 어떻게 ‘새로운 쓸모’로 바꾸어낼지 고민해 보기로 한다.

‘국내 최초 대용량 석탄전소 발전소’라는 상징과 ‘대기오염물질 전국 최다 배출 발전소’라는 불명예를 함께 안고 있는 삼천포화력발전소. 지역주민들에겐 좋은 일터이자 경제 활력소이면서 동시에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골칫거리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 삼천포화력발전소의 나이가 올해로 서른일곱이다. 1983년 8월에 1호기가 준공한 데 이어 이듬해 2월에 2호기가 들어섰다. 발전용량은 각각 560메가와트(MW)였다. 이후로도 3‧4호기(560MW급)가 1993년(4월)과 1994년(3월)에 준공했고, 1997년(7월)과 1998년(1월)에는 잇달아 5‧6호기(500MW급)가 들어서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15년에 걸쳐 여섯 기의 발전기로 완성된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어느 새 제 몫을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려 한다. 수명이 다한 탓이다. 한국남동발전㈜ 삼천포화력발전본부에 따르면 1‧2호기는 오는 4월 30일까지만 가동하고 문을 닫는다. 3‧4호기는 2023년 3월이면 폐쇄된다. 이로부터 4년 뒤엔 5‧6호기도 생명을 다한다. 그리하여 2027년 9월이면 수산업과 함께 40년 가까이 삼천포의 먹거리이자 상징 같았던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사라지는 것이다.

수명과 역할을 다한 시설이 문을 닫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일각에선 ‘시설이 아직 멀쩡하다’며 연장운영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있지만, 온실가스(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배출을 줄여나가는 일이 전 지구적 과제이고 보면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 바꾸면 다른 활용 방안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다. 발전은 멈추되 시설물은 계속 쓰는 것으로, 용도를 달리 하는 방안이다. 일종의 건물 재활용이면서 도시재생이다. 각종 시설물 철거에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만큼 그 돈으로 문화시설이나 체험교육시설을 만들어 사용하게 한다면 지역민들로선 이보다 더 멋진 선물이 없을 터. 남동발전으로서도 아주 멋진 지역공헌사업을 펼치게 된다.

폐발전소를 전혀 다른 용도로 거듭나게 한 사례는 외국에서 여럿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영국 런던의 템즈 강변에 있는 갤러리 ‘테이트 모던’이다. 이 갤러리는 옛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 시설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이로써 19년간 흉물로 방치돼 있던 폐발전소는 연간 500만 명이 넘게 찾는 훌륭한 ‘문화 명소’로 탈바꿈했다. 이밖에 호주에선 폐발전소를 비트코인 채굴 단지로 바꾼 사례가 있고, 핀란드에선 폐발전소 터에서 해마다 대규모 대중음악 축제를 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이와 비슷한 사례가 없다. 폐발전소를 걷어내고 새 복합화력발전소를 몇 개 더 지었을 뿐이다.

다만 발전소가 아닌 다른 시설물로 범위를 넓히면 해외와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부산 도심에 있던 폐철강 공장이 ‘F1963’이라는 미술관으로 거듭난 경우나, 서울 상암동의 옛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거듭난 경우, 부천의 쓰레기소각장이 ‘부천아트벙커B39’라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경우가 좋은 예다.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한다면 삼천포화력발전소도 몇 년 뒤엔 멋진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꼭 문화시설이 아니어도 좋다. 편리한 전기에너지를 생산했던 곳임을 감안해 다양한 방식의 전기에너지 생산 과정을 소개하는 에너지체험교육관도 좋고, 아니면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로 탈바꿈시키는 일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무엇보다 돈이다. 남동발전에서 사회공헌 차원으로 접근 가능한 일인지 먼저 살펴야겠지만, 지자체가 결합해 정부 공모사업 유치가 가능한지도 살펴볼 수 있다. 삼천포화력발전소가 행정적으로 고성군에 속해 있음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문화시설이든 교육시설이든, 사라질 발전소를 다른 멋진 공간으로 바꾸어 갖는 일을 고성군이 반대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허심탄회한 의견 나눔이 먼저 필요하다. 

남동발전에 확인한 결과 삼천포화력발전소의 발전 중단에 이은 시설물 처리 방안이 명확히 나온 건 아직 없다. 2023년에 3‧4호기까지 가동 중단할 경우 시설물을 철거한다는 기본 방침만 서 있단다. 사천시민, 삼천포사람들과 동고동락한 삼천포화력발전소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에 관심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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