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고통의 세계 속 ‘희망과 생명’ 빛나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차밭이며 제다실이 절이고 법당인데 굳이 절을 찾을 필요가 있나. 차 만드는 일 자체가 인욕(忍辱)수행이야.”-‘푸른 눈썹’ 중에서

하아무 작가가 소설집 ‘푸른 눈썹’(도서출판 북인)을 출간했다.

하아무 작가의 소설집 ‘푸른 눈썹’ 표지.
하아무 작가의 소설집 ‘푸른 눈썹’ 표지.

소설집은 표제작 ‘푸른 눈썹’을 비롯해 ‘날마다 죽는 사내’, ‘갓길에서’, ‘부서지고, 부서져서, 부서지니’, ‘y의 근현대여성사’, ‘빨간 피터’, ‘멘붕시대’, ‘어떤 전쟁’, ‘꼬마실비집’ 등 9편의 중단편이 252쪽에 걸쳐 실려 있다.

표제작인 ‘푸른 눈썹’은 주인공 재은이 찻잎을 따고 녹차를 만드는 노동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세심하게 그려냈다. 한여름 유치원 통학버스에 방치되는 사고로 딸을 잃은 재은은 과거의 기억을 떨쳐내고자 차를 만드는 과정에 몰두한다. 재은이 만든 차의 찻잎은 다관 속에서 기지개를 펴듯 푸른 눈썹으로 되살아난다. 창조의 노동이 참혹한 상처를 치유하는 푸른 힘을 싹틔운다는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가볍고 청명한 차 맛처럼 전달된다.

하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통학버스, 세월호, 일본군 위안부 등 사회적인 시선을 놓치지 않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또한 현실과 밀접하게 맞닿은 일상적인 시선까지 놓치지 않고 유려하게 녹여냈다. 작품들은 슬픔과 고통의 세계를 담고 있지만, 하 작가의 작품 속 등장 인물은 그 세계에서 멈추지 않고 딛고 일어나 나아가는 희망과 생명의 모습을 보인다.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인 이경자 작가는 “하아무의 소설을 읽으며 그를 생각한다. 일부러 멋 부리지 않고 잘난 체 하지 않아서 지리산이나 섬진강, 남해의 자연 같은 글. 그가 써낸 소설의 맛은 무공해”라며 “작가인 하아무는 생명을 생명이게 하는 어떤 것을 간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하아무 작가는 2003년 ‘작가와 사회’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으로 소설 ‘마우스브리더’, ‘황새’와 동화 ‘두꺼비 대작전’ 등을 출간했다. 2007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와 2008년 MBC창작동화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경남민족예술인상, 2019년 경남작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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