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조조 래빗'

'조조 래빗' 포스터.
'조조 래빗' 포스터.

전쟁 같은 하루, 전쟁 같은 사랑 등등 ‘전쟁’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일상 속의 흔한 풍경조차 살벌하고 지긋지긋하며 두렵게 바뀐다. 무엇보다 전쟁은 ‘공포’와 equal(=)등식이 성립되는 법이라서 대부분의 전쟁영화 또한 묵직하고 진중하게 처절한 전쟁의 양태와 그 전쟁 속의 인간을 그려낸다. 그런데 <조조 래빗>은 유쾌하고 산뜻하다. 전쟁영화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따뜻하게 눈물샘을 자극했던 <인생은 아름다워>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그보다 더 경쾌한 리듬으로 전쟁을 변주한다. 사실 어떤 시각으로 전쟁을 다루느냐의 문제인데,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1917>의 방식이건 영원한 고전 <콰이강의 다리>이건 중요한 것은 소재를 다루는 감독의 시선이다.  

<조조 래빗>은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를 배경으로 10살 소년 조조와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겁이 많아 래빗이라 불리는 조조에게 위로가 되는 이는 상상 속 친구 히틀러다. 엄마와 히틀러가 세상 전부인 소년은 어느 날 집에 숨어 지내던 유태인 소녀 엘사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때부터 소년에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게 된다. 

소년이 겪는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앞서 언급한 이미 세상을 한참 먼저 살아본 어른들의 수식어인 전쟁 같은 일상의 연속일까?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같은 상황을 다루되 보통 사람과 좋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시선이 다른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 영화관을 찾는다. 희극과 비극,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시종일관 유쾌하게 풀어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한 소년의 성장을 목도하게 된다. 전쟁이 얼마나 잔인한지, 또 얼마나 허망한지를 깨닫게 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월 21일 현재 극장을 찾은 전국 관객 수는 7만 2679명으로 집계됐다. 일일 최저 관객 20만 명이 무너졌다며 영화산업의 위기를 이야기한 게 불과 며칠 전인데, 추락이 아니라 몰락의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극장가는 그야말로 전쟁 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봄이 와도 봄이 아닌 날들이 계속된다. 하루빨리 코로나 상황이 종식돼 마음 편히 극장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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