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다크 워터스'

'다크 워터스' 포스터.
'다크 워터스' 포스터.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 것을 ‘사리사욕(私利私慾)이라고 한다. 이 욕심을 채우는 과정이 개인의 만족으로 머물지 않고 타인의 희생을 볼모로 하면 그 결과는 사고가 나타난다. 개인의 수준을 벗어나 거대한 이익집단이 주변 상황을 도외시하고 욕심을 채우면, 우리 사회에는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재난이 일어난다. 역사를 돌이켜 봐도 그렇고 현실을 둘러봐도 그렇다.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 재난이 바로 <다크 워터스>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이 사건은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널리 입소문이 나야만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건강과 목숨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어느 날 웨스트버지니아의 농장주가 건넨 자료를 대수롭지 않게 훑어보다가 엄청난 사실에 직면하고야 말았다.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인 듀폰이 만든 독성 폐기물질(PFOA)이 프라이팬, 콘택트렌즈, 종이컵, 유아용 매트 등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런 사실을 쉬쉬하고 숨기려 한다. 아니 거대 자본은 권력과 꼼수를 동원해 명백한 증거조차도 무력하게 만든다. 이런 대자본에 맞서서 한 개인이 20년 넘게 싸우는 이야기가 <다크 워터스>다.

개인이 거대 집단과 맞서 싸우기란 정말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어느 날 내 손에 엄청난 비밀이 들어온다면, 그 비밀을 모르는 체하는 대가가 수백·수천억 원이라면 또는 생명의 위협이라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대처해야만 할까. <다크 워터스>는 거대 자본의 폭력에 맞서는 한 개인의 영웅서사가 아니라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한 인간의 의지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그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리고 느리다. 이 사건은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이 영화가 다루는 현실은 실화이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은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듀폰사의 PFOA뿐이랴. 대한민국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며, 오히려 답도 없는 현실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어떻게 됐는가. 그 이전에 영화 <괴물>의 모티브가 되었던 주한미군의 포름알데히드 한강 방류 사건과 낙동강 페놀 방류 사건은 어떻게 처리했던가. 덕분에 우리는 독성물질을 먹고 만지며 죽음을 곁에 두고 산다. 우리가 살고 있는 논픽션의 세계는 허구가 난무하는 픽션의 세상보다 훨씬 잔인하고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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