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춰진 개학, 아이는 지치고 학부모는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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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춰진 개학, 아이는 지치고 학부모는 고달프다
  • 고해린 기자
  • 승인 2020.03.17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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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교육공백에 지친 학부모 ‘한숨’
학부모 대다수, ‘긴급돌봄’은 꺼려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방학이 길어지자 엄마들이 괴수로 변했다. 그중에서 우리 엄마가 가장 사납다. 그래서 나는 아주 두렵고 무섭다. 그래서 나는 아주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최근 온라인 카페와 SNS에서 회자되고 있는 어느 초등학생의 일기 내용이다. 누군가는 웃어넘길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하루 종일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부모와 아이들에게는 웃을 수 없는 하나의 사례다. 

최근 온라인 카페와 SNS에서 회자되고 있는 어느 초등학생의 일기 내용. (출처=온라인 커뮤티니)
최근 온라인 카페와 SNS에서 회자되고 있는 어느 초등학생의 일기 내용. (출처=온라인 커뮤티니)

지난 2월 23일 코로나19 위기대응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지 23일째에 접어들면서 사실상 집에 갇힌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부모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학교가 휴업한 지 일주일이 넘으면서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들이 ‘돌봄’을 지속하기도 힘들어진 상황이다. 교육부도 기존 긴급돌봄 종료시간을 오후 7시로 연장했지만, 혹시 모를 감염 우려에 긴급돌봄을 꺼리는 부모들도 상당수다. 

사천읍에서 8살, 4살 두 아이를 키우는 손모 씨(37)는 “2월 중순부터 둘째는 어린이집에 못 가고 있고, 첫째도 개학 연기로 입학이 미뤄졌다”면서 “일주일 전까지는 진짜 아이들과 집에만 있었다”고 말했다. 손 씨는 “아이들도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데 그럴 수 없으니 갑갑하고 일상이 없어진 기분”이라며 “TV만 보여줄 수도 없고... 장기전이 될 것 같아서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해 애들 교육 계획을 세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추가 개학 연기 가능성에 대해 손 씨는 “무턱대고 개학해서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상황이 안정되면 개학했으면 좋겠다”며 “학업은 다음이 있지만, 아이들 건강에는 다음이 없지 않냐”고 말했다.

정동면에서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대디 이모 씨(47)는 “맞벌이 부부다 보니, 아이들끼리 있는 시간이 많아서 신경이 쓰인다”며 “개학이 미뤄져서 아이들은 신났는데 학부모는 속이 터지고, 육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동금동에서 중학생(16), 초등학생(10) 두 아이를 키우는 임모 씨(38)는 “두 아이 모두 겨울방학 한 1월 초부터 지금까지 집에 3개월째 있는 것”이라며 “주변 학부모들끼리 농담처럼 나라에서 가정에 식비랑 급식비를 지원해줘야 한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임 씨는 “작은 애는 책 읽기, 노래듣기, 전분놀이, 종이컵 쌓기, 큰 애는 스마트폰... 이제 더 이상 할 게 없어요. 오죽하면 애들이 엄마가 악마로 변했다고 해요”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이 다시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유·초‧중‧고 및 대학생 자녀까지, 아이들의 학업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임 씨는 “우리 큰 애는 학원을 안 다니는데, 큰 애 주변의 다른 중‧고등학생들은 학원을 다닌다”면서 “개학하면 바로 중간, 기말을 치러야 한다니까 그것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개학이 조금 더 연기되면 애들을 데리고 더 시골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사람들 접촉 신경 안 쓰고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3월 16일 기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는 8236명이다.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학 추가 연기 여부를 이르면 17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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