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재원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3월이 열흘이나 지났는데도 개학을 하지 못해 교정이 썰렁하다. 매년 이때에는 학생들의 활기로 가득 찼고,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이 모두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계절성 감기의 흔한 원인이기 때문에 감염이 되어도 그렇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세계가 좁아지고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때문에 나라 전체가 혼돈 상태에 빠지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03년에 발생한 사스와 2012년의 메르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었는데 이 바이러스는 외국에서 발원하여 우리나라에 퍼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바이러스의 이름을 ‘코비드19’라 명명한 것을 보면 앞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할 것을 대비해 발생연도를 뒤에 붙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렇게 여러 종류로 불리는 것은 바이러스가 변이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변이는 무작위로 발생된다. 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 중에서 만약 강력한 전염성을 가진 신종 바이러스가 원숙주에서 발현해 중간 숙주에서 증폭이 된 다음 사람에게 감염되면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사스는 고양이가, 메르스는 낙타가 중간 숙주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인류는 이전에 접촉한 적이 없는, 즉 면역이 없는 상태에서 위험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은 쉽게 가시지를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과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한 가지 긍정적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의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건수가 하루 수천 건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 바이러스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했으므로 당연히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진단키트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불과 몇 달 만에 정확도가 80%가 넘는 진단 키트를 개발해서 그 수많은 진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바이러스의 핵산을 토대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특징짓는 핵산 부위를 증폭해 결과를 보면 되는 일이다. 이론적으로는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또 그 많은 양을 검사할 수 있도록 생산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는 진단키트가 있더라도, 그 많은 시료를 진단한다는 것도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 만약 하루에 백 개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고 하면, 그런 시설을 갖춘 곳이 100개가 넘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아무리 자동화를 한다고 해도, 결과를 해석하는 일은 사람의 몫일 것이다. 바이러스가 감염되었을 지도 모르는 시료를 다루는 사람들은 얼마나 또 많은 각오를 해야 할까. 코로나19의 진단 키트를 개발한 회사에 우리 제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뿌듯하다. 일선에서 치료, 방역에 전념하고 있는 의료인들 자원봉사자들뿐 아니라, 이 사람들도 우리의 숨은 영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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