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인비저블맨'

'인비저블맨' 포스터.
'인비저블맨' 포스터.

코로나19로 인해 개봉 예정작들이 줄줄이 연기를 외쳤다. 스케줄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개봉한 작품은 아니나 다를까 관객 수가 뚝 떨어졌다. 이 때문에 박스 오피스 1위라지만 수치 자체는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다. 아무튼 초라하긴 해도 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후 열흘이 넘게 정상을 지키고 있는 영화가 <인비저블맨>이다. 

문득 생각해보면, 이런 환난의 시국에 아이러니하게도 호러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다. “나 아닌 관객이 기침을 하는 순간 공포가 시작됐다”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마스크만으로는 모든 불안을 가릴 수 없는데, 바이러스로 인한 전대미문의 보이지 않는 공포를 체감하는 와중에 시각적 공포의 집약체인 호러 영화를 본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공포를 간접 체험함으로써 비일상이 일상화된 현실을 잊고 싶어서일까. 이런저런 이유로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끊어진 탓에 객석은 한산하다 못해 거의 독채 전세급이다.

호러영화의 성공공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구성 그리고 적재적소에 공포를 배가시키는 음악이다. 입으로는 누구나 김연아 선수에 봉준호 감독이 되는 법이라 너무나 간단한 듯이 말을 하지만, 이 쉬울 것 같은 공식을 제대로 구현해내기란 지난한 법이며 때깔나게 연출해 내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다. 그만큼 공포 영화를 시시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다른 장르보다 까다롭다. 알프레드 히치콕, 브라이언 드 팔마를 달리 대가라고 부르겠는가.

<쏘우>로 혜성같이 나타난 리 워넬 감독은 공포를 직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여기에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와 <겟아웃> <어스>의 제작진까지 가세했으니 기대감도 한껏 올라간다.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반전을 향한 결말까지 보는 이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1991년作 <적과의 동침>을 오마주한 스토리나 안전한 집이 공포로 바뀌는 일상의 전복 등은 공포 영화에서 익숙하게 본 안전한 설정이다. 그 안전한 배경 위에서 리 워넬의 역량은 빛을 발한다. 예측할 수 없는 공포와 맨스플레인(남성이 모든 면에서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관점)에 대한 비판적 은유를 품은 서사는 페미니즘 영화의 면모까지 드러냈다.

리 워넬 감독의 장점은 잘 할 줄 아는 것을 영리하게 밀고 간다는 점이다. 초기의 재기발할함에 원숙함과 노련함이 더해졌으니 호러 마니아들에게는 신뢰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