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천시 인구 위기 (下)

근무자도 단순 방문자도…유출보다 유입이 더 많다
‘사천 직장인을 사천에 살도록’…인구정책 핵심 확인
경남 인구도 준다…젊은 여성 감소가 경남 미래 위협
시군별 인구대책은 ‘한계’ 불 보듯…자칫 ‘풍선’ 될 수도

2001년에서 2018년까지 경남의 인구 연령별 순이동을 나타낸 그래프. 과거(옅은색)보다 근래로 올수록 인구 순유출 연령대 폭이 넓어지고 숫자도 커짐을 알 수 있다.(출처 : 경상남도 미래 인구맵 설계보고서).
2001년에서 2018년까지 경남의 인구 연령별 순이동을 나타낸 그래프. 과거(옅은색)보다 근래로 올수록 인구 순유출 연령대 폭이 넓어지고 숫자도 커짐을 알 수 있다.(출처 : 경상남도 미래 인구맵 설계보고서).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2019년 말 사천시 인구 11만5280명. 오로지 인구만 따졌을 때 거의 2003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해 말 사천인구는 11만5060명이었다. 2002년이 11만7427명, 2004년이 11만3217명이었으니, 해마다 연간 2000명 안팎으로 인구가 대폭 줄어들 즈음이다.

그러다 2005년에 최저점을 찍었다. 11만1930명. 지금과 비교하면 3000명 남짓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흐름만 보면 사천시 최저인구 기록 갱신은 물론 11만 선 붕괴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참고로 사천시 인구는 통합시 출범 원년이던 1995년엔 12만2830명이었고, 중간 최고점은 11만9722명을 기록했던 2013년이다.
어느 도시든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성장을 통한 활력’보다는 그 반대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존망까지도 걱정이다. 그러다보니 ‘인구소멸 위험 지수’라는 개념까지 나왔다.

이 지수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고안한 것으로, 고령인구(65세 이상) 대비 20∼39세 여성인구의 비중으로 산출한다. 1.5 이상이면 소멸 저위험, 1.0∼1.5 미만이면 정상, 0.5∼1.0 미만이면 소멸주의 단계로 분류한다. 0.5 미만일 경우는 소멸위험 지역, 특히 0.2 미만인 곳은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이 개념으로 보면 사천시는 0.467로 소멸위험 지역, 그 중에서도 곤양‧곤명‧서포‧축동면은 0.2가 채 되지 않는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인구 증가를 무조건 옳다 말할 수 없겠지만, 저 정도면 심각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2020년대의 문을 여는 지금, 국회의원선거까지 맞물린 지금 인구 문제를 더욱 깊이 살펴야 하는 이유다.

통합사천시 출범에서 지난해까지 연도별 사천인구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 1995년부터 꾸준히 줄어들던 인구가 2005년에 바닥을 찍은 뒤 반등했다가 2013년 이후로 다시 감소세다.
통합사천시 출범에서 지난해까지 연도별 사천인구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 1995년부터 꾸준히 줄어들던 인구가 2005년에 바닥을 찍은 뒤 반등했다가 2013년 이후로 다시 감소세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말 경남도가 내놓은 ‘경상남도 미래 인구맵 설계용역’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는 경남도 의뢰로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연구책임자 조영태)에서 작성했다. ‘출생, 사망, 이동’이라는 인구학의 세 지표를 기반으로 ‘경남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경남을 확장하면 대한민국, 반대로 축소하면 사천시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눈이 가는 보고서다.

먼저 인구추이부터 살피면, 경남도도 사천시와 비슷하게 인구는 줄고 있다. 2017년에 345만5540명으로 최대치에 이른 뒤 2018년 344만8292명, 2019년 343만8676명으로 2년 연속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출산율 감소와 함께 청년 인구의 지속적 유출을 꼽았다.
지난해 경남도의 합계출산율은 1.05로, 전국 평균 0.92명보다는 높았지만 2018년 1.12명에 비해 0.07명 줄었다.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이 0.99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하락 추세가 이어져 올해는 1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출산율 하락은 경남도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한민국 전체가 안고 있는 숙제다. 반면 청년 인구 유출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뺀 나머지 지역 대다수가 앓고 있는 병이라 할 수 있다. 경남으로서도 심각하다. 특히 예전엔 만 18세부터 20대 중후반까지 인구 순유출이 많았다면 근래엔 30대 초반까지도 인구 순이동이 음수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 인구 순유출의 연령 폭이 넓어지고 있음이다. 여기에 연령별 유출인구 규모까지 커져, 전체적으로 경남의 노인 인구의 비율 증가로 이어진다. 청년의 유출이 경남의 노령화를 부추기는 셈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청년 인구 가운데 남성보다 여성의 순유출이 더욱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2030년 무렵이면 25~35세 여성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줄어들게 되고, 이것이 경남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봤다. 10년 뒤인 2040년이면 경남의 영유아 수가 급감할 것이고, 다시 10년이 흐른 2050년이면 경남 인구는 276만 명에 그칠 거라는 것. 이를 현재 인구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지 모르나, 이때의 29세 이하 인구 비율이 전체의 13%에 불과하다는 점에 보고서는 다시 주목한다. 

즉 이때부터 고령자의 급격한 사망이 잇따라 2년 마다 10만 명씩 인구가 줄게 되고, 2100년이면 65만6000명(2019년 기준 19% 수준)에 그칠 거란 전망이다. 경남의 지금 인구를 10명으로 볼 때 80년 뒤엔 2명이 채 남지 않는다는 얘기다.

당장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현실에 더해 지속적인 청년 감소, 특히 젊은 여성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남도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연구를 맡은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은 “지금 아니면 안 된다”며 크게 네 가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스마트공장 확산 및 스마트산업단지 조성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경남 중심 항만 재편을 통한 동북아 물류 플랫폼 구축 ▲서부경남 KTX 추진 및 신성장 경제권 구축 마스터플랜 마련 ▲첨단농업의 거점이 될 경남형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이 그것이다.

이는 어쩌면 현재 경남도가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을 정리해 나열한 정도다. 대체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다. 다만 이런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 있어 ‘인구 문제’를 고려한 부서별 종합적 협업을 경남도에 주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핵심과제가 실현되고 여기에 출산율 높이기 정책이 잘 어우러졌을 때의 미래 인구 전망치를 새롭게 내놨는데, 2050년엔 320만7000명, 2100년엔 143만1000명이다. 결국 갖은 애를 써야만 80년 뒤 경남인구를 지금 추세 전망보다 두 배 정도 높일 수 있다는 예측이다.

‘경남의 미래 인구맵’ 연구보고서의 주요 축이 ‘미래 인구 추계와 인구 현상’이라면 다른 하나는 ‘정주 권역별 특징 분석’이다. 보고서에선 경남을 창원권과 진주권으로 나눈 뒤 권역별 인프라를 갖추고 규모의 경제에 더 다가간다면, 젊은이들을 지금보다 더 붙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연히 인구도 더 는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어떤 기반시설을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 방안이나, 그로 인한 인구 증가를 전망하는 세부 근거 같은 건 빠져 있어 아쉽다.

다만 참고할 대목은 이동통신자료를 근거로 지자체별 일일 인구 이동 현황을 수치화 했다는 점이다. 주민등록상 인구와 생활 인구를 비교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보고서는 ‘기지국을 기준으로 사람의 위치를 파악한 자료이기에 시군별 경계 지역에선 일부 중복 집계됐을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또 연구에 사용된 통신서비스 인구 파악 기간은 2017년 7월 1일부터 2018년 6월 30일까지임을 밝혔다.

경남 미래 인구추계 표. A는 현재 추세를 그대로 반영한 반면, B는 경남 4대 과제 실현에 출산력 회복까지 이뤄졌을 경우를 가정했다.(출처 : 경상남도 미래 인구맵 설계보고서)
경남 미래 인구추계 표. A는 현재 추세를 그대로 반영한 반면, B는 경남 4대 과제 실현에 출산력 회복까지 이뤄졌을 경우를 가정했다.(출처 : 경상남도 미래 인구맵 설계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에 하루 평균 사천시 거주자는 10만9950명이다. 그리고 사천 관내 근무자는 4만3778명. 이 가운데 사천 거주 근무자는 2만6293명, 다른 시군 출신 근무자는 1만7485명이다. 반면 사천에서 다른 시군으로 나가는 근무자가 1만4157명이다. 따라서 사천에선 일자리를 찾아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보다 들어오는 사람이 3328명 더 많은 셈이다.

방문자를 기준으로 살피더라도 일일 유출인구보다 유입인구가 더 많다. 일일 사천 방문자는 8만4136명이다. 여기서 방문자를 구분하면 사천 출신 방문자가 2만3628명, 다른 시군 출신 방문자가 6만508명(=유입인구)이다. 반대로 사천에서 다른 시군으로 방문한 사람은 4만4492명(유출인구)이다. 일일 유출인구 대비 유입인구 비율은 136%다.

단순 방문 또는 근무를 위해 사천에 들어오는 사람이 나가는 사람보다 더 많은 반면, 각종 생활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사천에서 바깥으로 더 많이 나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비스 공급 대비 수요 비율이 0.85로 균형을 이뤘을 때의 1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한편, 정주 인구를 기반으로 한 권역별 분석에서 사천시는 하동‧남해‧산청‧합천‧함양군과 함께 진주 권역으로 분류됐다. 2018년 한 해 동안 사천에 살다가 가장 많이 이사 간 곳(=전출지)도 진주고, 사천으로 이사 온 사람의 이전 거주지(=전입지)도 진주가 가장 많았다. 25~45세를 기준으로 작성한 통신서비스인구 연관성 면에서도 사천시는 진주시와 제일 센 강도(0.0355)를 나타냈다. 사천시와 진주시가 같은 생활권으로 강하게 묶여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천의 인구와 주거 정책에 있어 가장 고려해야 할 대상 역시 진주시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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