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1917'

'1917' 포스터.
'1917' 포스터.

봉테일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은 당연하다는 반응이 있던 반면에 이변이라는 반응도 상당했다. 심지어 국내 영화평론가들조차도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국제영화상) 정도만 수상하더라도 다행이라고 했으니까. 그러면서 모두의 시선은 샘 멘데스 감독의 <1917>로 모이면서 이 영화가 수상할 것이라는 예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만큼 영상과 내용 모두 압도적이다. 

공격중지명령서를 전달하기 위해 15km 거리의 전쟁터 한복판을 가로질러가야 하는 두 병사,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8시간. 아군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아서 임무를 완수해야만 한다. 이 두 병사의 여정을 따라가는 아주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작디작은 우물 안에서 토네이도가 휘몰아치는 것 마냥 도무지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영화의 호흡은 지극히 정교하며 담담한데 보는 입장에서는 눈 깜박일 틈도 없이 몰입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두 캐릭터에 헌신하는 시각적, 음향적 요소는 현 할리우드 기술력의 집대성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마치 NG 한 번 나지 않았던 것처럼 단 한 번의 컷도 없이 이어지는 One Continuous Shot은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이런 아이디어를 스크린으로 구현해 낸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 건강은 괜찮은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촬영감독을 갈아 넣어서 만들었다’는 누군가의 말이 실감 나기 때문이다. 플러스알파를 얻지 못했을 따름이지 아카데미 촬영상, 음향믹싱상, 시각효과상이라는 3개의 기술 부문 수상은 아주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멋진 아이디어와 훌륭한 기술로 작품을 완성한 샘 멘데스 감독의 잘 계산된 연출은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드라마에 강점을 가지면서도 다양한 실험을 하고, 그러면서도 자기 색을 잃지 않는 그는 과연 거장이다. <1917>이 작품상을 받지 못한 것은 오직 백인만 나왔기 때문이라는 역차별 때문이라는 주장도 일견 타당하게 들릴 정도로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묵직하게 들린다. 

본래 스펙터클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라고 하나 <1917>은 반드시 압도하는 스크린으로 체험해야만 한다. 객을 전장의 한 가운데로 몰아넣는 이 걸작을 극장에서 놓치고 나면 두고두고 후회할 테니까. (사실 같은 이유로 홈시어터시스템 구축에 욕심을 내는 법이다. 이런 명작을 한 번만 보고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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