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클로젯'

'클로젯' 포스터.
'클로젯' 포스터.

‘옷장’은 무척 영화적인 공간이다. <나니아 연대기>처럼 미지의 세계로 주인공을 인도하기도 하고 <컨저링>처럼 공포의 포문을 여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하우스 호러’에는 최적화된 장치다. 이 영화 <클로젯>처럼. 대부분의 장르 영화가 그렇지만 미스터리호러의 경우, 어디에 힘을 주느냐에 따라 영화의 색깔이 달라진다. 

공인된 장르는 ‘미스터리/드라마’인데, 그보다는 ‘미스터리/스릴러’ 또는 미스터리/오컬트호러‘ 쪽에 가깝다. 공포를 가중시키는 큰 요소인 음악은 심혈을 기울인 것치고는 평이한 편이다. 하지만 그 평이함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영화적 공간은 아주 무섭다. 그 공간을 누비는 등장인물(귀신)은 더 무섭다. 시골 외딴 집, 옷장, 낡은 인형 등 낯선 듯 익숙한 오브제로 가득한 미장센은 공포에 특화돼 있다. 

’미스터리/호러‘ 영화로서의 충분조건을 채웠으니 이제 내용만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장르 영화로서 갖출 건 다 갖춘 셈인데, 어쩐지 아귀가 맞지 않은 직소퍼즐 조각처럼 거슬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작사에서는 ‘한국 영화 최초로 이계와 어둑시니를 다룬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라고 홍보를 하는데, 그러니까 영화가 던지는 묵직한 주제나 메시지는 나 몰라라 하고 오컬트 호러 영화임을 강조하는 게 올바른 방향인지가 의문이다.

게다가 장르 영화의 특성상 기존의 익숙한 클리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예측과 예견이 충분히 가능한 호러 영화 공식을 남발하는 건 도무지 용납이 되지 않는다. 메시지에 무게를 싣기 위해 판타지적 요소를 끌어들인 것까진 좋았지만, 너무 많은 장르적 장치 때문에 영화의 재미가 반감된다. 마치 TV 요리 프로그램에서 어떤 맛인지 예상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놓고 마치 환상적인 맛이라고 우기는 꼴이라고나 할까. 잘 할 수 있는 것을 너무 많이 욱여넣듯이 보여주는 대신 욕심을 버렸다면 오히려 산뜻한 한국형 공포 영화가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클리셰 범벅에 서사가 헤매는 동안 연기장인급 배우들의 호연조차 애매해졌다. 캐릭터라이징의 문제라기보다는 연출자의 욕심이 낳은 잘못된 편집이 배우들을 바보로 만드는 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차기작은 기대가 된다. 드라마니 스릴러니 하는 말로 숨기기보다 대놓고 정통 호러임을 강조하는 영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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