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 한 번 두고 봐. 20×15. 2020.

뜬금없다 하자. 그저 뜬금없이 운전을 하다가 환한 표정으로 차창 밖을 쳐다보고 있는 아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그런 걸까, 먼 산이 너무 평화로워서 그런 걸까. 아들과 단둘이 놀이를 가는 차 안에서는 가끔 이런 생각이 났다. 그저 평온하고 행복한 순간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그저 지금 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들아 혹시 엄마가 내일이라도 죽는다면, 넌 절대 슬퍼하거나 힘들어하지는 마. 울지도 말고 그저 덤덤하게 받아들여라. 엄마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고 싶은데 하지 않은 적도 없고, 할 수 있는데 못 해 본 것도 없어. 당당할 때는 너무 당당해서 욕도 실컷 먹어 봤고, 제멋대로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참지 않았어. 갖고 싶은 게 있음 그게 노력이든 뭐든 미뤄 본 적도 없지. 이런 걸 원도 한도 없다는 거야. 그러니 너는 절대 가슴 아파하지 말고... 울지 마”

“그럼요. 항상 엄마는 자기감정대로 다 살잖아요. 나쁜 말로는 그런 걸 지 맘대로 산다고 하는 거잖아요. ”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이런저런 생각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조금 전 누군가의 간섭이 매우 불쾌했다. 불쾌할 일도 아니었는데 내 생각을 막는 것이라 격하게 인상을 쓴 것이 아닌가 여겼다. 어떤 때에는 사람이 귀찮을 때가 있었고, 시간을 맞추거나 의무처럼 주어지는 일에 격하게 숨이 멎었다. 매일매일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을 숨 막혀하고 세상의 의무라고 내 앞에 던져지는 일상들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이 들 때 가끔 내 옆에 아들이 있었다.

“아들아, 엄마가 죽고 나면 무덤도 만들지 말고 납골당도 만들지 마라. 제사도 지내면 안 된다. 장담하건대, 저 위에서도 한량같이 돌아다니며 내 의지대로 지내고 있을 거야. 근데 일 년에 한 번씩 제사랍시고 그 날짜에 자꾸 이 지상으로 불러 내리면 내가 또 얼마나 예민해지겠냐. 날짜 맞춰서 꼬박꼬박 내려와야 하는 것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짓일 터이고, 다른 일에 빠져 있는데 불러 내리면 더 환장하지 않겠냐. 어휴 생각만 해도 소름 돋아.”

“아뇨. 절대 기대하시지 마세요. 엄마가 위에서까지 그러는 거 이젠 더 이상 못 보죠. 아시죠? 요즘 우리는 친구들이랑 온갖 의미 부여하면서 챙기는 거? 돌아가신지 100일째, 200일째, 300일째.... 날짜마다 의미 다 붙여가며 줄기차게 불러 내릴 테니, 어디 한번 두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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