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캣츠>

▲ '캣츠' 포스터.
개봉하자마자 악평이 난무할 때, 기대감이 워낙에 커서 미처 부응하지 못한 아쉬움의 반향일 뿐 그래도 기본은 하지 않겠나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마치 작정을 하고 안 만든 영화가 아닌가. 톰 후퍼 감독의 전작이자 명작이 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생각해보면 못 만든 건 아닐 테니 안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렇다면 ‘톰 후퍼는 왜 그랬을까’라는 본질적이며 단순한 의문이 생긴다. 이유야 어떻든 도무지 이 영화로는 관객의 마음을 훔치기는커녕 외면받기 딱 좋다. 
 
세계 4대 뮤지컬이라 불리는 <캣츠>를 영상화한다고 하니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영화적 상상이 더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깃들기 마련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감독이 <레미제라블>의 톰 후퍼 아닌가. 게다가 캐스팅 라인업은 그야말로 호화찬란 그 자체다. 그런데 이 기대감은 초반 10분 만에 우려로 바뀌고 러닝타임이 흘러갈수록 안타까움이 실망과 후회로 바뀐다. 뮤지컬을 고스란히 옮겼다고 말하기에도 어정쩡하고 CG의 힘을 입은 캐릭터의 비주얼은 기괴하기까지 해서 오히려 역효과다. 지극히 고양이스러운 몸짓을 예상했다가 호러 영화의 공포를 맛본다. 뭐, CG 분장이야 취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대충 넘기자.
 
원작이 갖고 있던 밋밋한 서사가 영화에서도 여전하다는 게 특히 문제다. 도대체 어디에 감상 포인트를 둬야 할지 오리무중이다. <캣츠>의 헤드 카피는 ‘레미제라블 톰 후퍼 감독, 뮤지컬 그 이상의 감동’인데 ‘그 이상의 감동’을 어디서 찾으란 말인가.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하품만 쏟아질 뿐이니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인터뷰에서 감독은 원작에 대한 본인의 애정을 담아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애정이다. 혹시나 의도적으로 이런 연출을 택했다면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이건 관객들의 눈높이나 취향을 덜 배려하면서 자기만의 영화적 방식을 택했다기보다 그냥 관객을 외면한 수준이다. 뮤지컬을 그대로 옮겨오면서 여백이라고는 전혀 없이 폭주를 하는 단점까지 그대로 답습, 아니 더 강화시키는 꼴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남는 게 있다면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OST다. 이것도 한 가지 조건이 있으니 차라리 눈은 감고 음악만 듣는 게 낫다.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보면 볼수록 화만 치솟는 영상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보고 싶다면 유튜브에 올라온 뮤지컬 공연 영상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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