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무민은 채식주의자>

▲ 「무민은 채식주의자」구병모, 권지예 외 3명 지음 / 걷는 사람 / 2018

이 책은 생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지닌 작가 16명이 ‘동물권’을 주제로 쓴 손바닥 소설집이다. 작품의 길이로 보자면 단편보다 더 짧은 초단편(엽편) 소설로 A4용지 1~2매 분량의 짧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압축의 미학을 잘 반영하고 있다. 

동물권이란 동물의 생명권을 의미한다. 동물에게도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적절한 서식 환경에서 살아야 할 권리, 유용성 여부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사회 곳곳에 동물권에 반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법과 행정, 시민의식은 아직 미성숙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동물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다양한 모습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가 장난으로 고양이에게 석유를 붓고 불을 붙이지만, 6마리의 고양이 중 살아남은 2마리의 고양이가 고작 할 수 있는 행동은 작을 입을 벌려 이빨을 드러내는 것뿐이다.

폭발물 탐지견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개가 탱크 아래에서 밥 먹는 훈련을 시킨 뒤 적진의 탱크 밑으로 가면 폭발물을 눌러 작전을 성공시키는 동물 병기로도 활용된다. 폭 발견 탐지견에 관한 이야기는 20세기까지 독일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무민’은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만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거인족 트롤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책 속 주인공 무민은 ‘채식주의자이며 반인육주의자’로 나온다. 주인공 무민이 아닌 다른 트롤은 사람고기를 즐겨 먹는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한다. “인간은 명백한 유해 종이므로 각종 대책을 통해 번식을 막는 것이 좋다는 점에서 누구나 동의한다.”

무민은 냉장고에 보관된 사람의 눈이 자신을 계속 바라본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은 계기로 인육을 먹지 않는다.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생물을, 어떻게 식용으로 쓸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소설집에 참여한 작가들이 인간이 아닌 동물의 시점을 선택한 것은 인간중심주의를 뒤집어보기 위함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직면한 순간, 인간 또한 다른 종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타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떤 관점을 상대화한다는 점에서 이 책과 함께 보면 좋은 작품으로 마크 롤랜즈 <철학자와 늑대>, 하재영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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