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깨달으며]

▲ 송창섭 시인.

우리 인간은 언제부턴가 오른손에 비해 왼손에게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해 왔습니다. 왼손이 하는 행위를 예의에 벗어나거나 더러운 것으로 여겼다는 얘깁니다. 유년 시절 왼손으로 수저를 사용하면 꾸지람을 듣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왼손으로 도구를 만지거나 일을 하면 게으르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로 악수를 해도 오른손으로 하지 왼손으로 하는 법이 없습니다. 약속의 증표로 새끼손가락을 거는 것도 오른손으로만 합니다. 무슨 이유일까요.  

왼손이 과거부터 천대를 받은 사실에 대해 일부 진화학자는 청동기인이 오른손으로 도구를 사용했음을 근거로 듭니다. 당시에 이미 정밀한 도구를 생산하기 위해 좌뇌와 관련성 깊은 오른손을 사용했다는 주장입니다. 좌뇌와 우뇌가 간직한 비밀스러운 기능과 역할을 헤아려 밝히고 인정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얘기가 아닐까요.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방법론에 관한 의견도 있습니다. 전장에서 무기를 들고 싸울 때, 왼쪽으로 치우친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왼손에는 방패를 들었으며 오른손에는 칼창을 쥐었다는 견해입니다. 성서가 담은 종교적인 인식도 크게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오른손의 역할과 의미를 긍정적으로 기술해 놓았다는 분석입니다. 그 밖에도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원인을 제시했지만 풀리지 않는 의구심과 반론으로 인해 명확하게 규명하기까지는 더 많은 연구와 검토가 있어야겠습니다.  

손의 폭넓은 역할을 한 가지만 보태겠습니다. 손을 이용한 대화 즉 수화(手話)입니다. 입과 귀를 대신해서 손짓을 통해 의사를 주고받고 감정을 나눕니다. 이뿐입니까, 눈을 대신해서 손의 촉각으로 글을 읽습니다. 손이 입과 귀 그리고 눈 노릇까지 한다니 참으로 신비한 기관이 아닐 수 없겠지요. 손을 활용한 여러 가지 활동들이 두뇌 계발과 창의성 증진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오른손, 왼손 그리고 두 손의 손가락들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은 손의 가치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표현입니다. 손과 손가락이 창출하는 예측 불가능한 다양성의 세계에 대해 무한한 기대와 믿음을 갖고 무한한 기쁨을 누리며 찬사를 보내야 하겠지요.   

손이 간직한 세계를 둘러보았는데, 이번에는 ‘손품낱’을 찾아보려 합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모양 ‘손품낱’이라니, 이게 대체 뭐지, 하며 궁금할 겁니다. ‘해품달’ 아시잖아요, 해를 품은 달. 비슷해요, ‘손을 품은 낱말’. 국어사전을 뒤적거려 몇 개만 옹알거려 봅니다. 

손결(손의 살결), 손길(손바닥을 펴고 늘어뜨리거나 내민 손), 손떠퀴(무슨 일이나 손을 대기만 하면 나타나는 길흉화복), 손부끄럽다=손뜨겁다, 손사래(손을 펴서 내젓는 일), 손설다(일이 아직 손에 익지 않았다), 손씻이(남의 수고에 대하여 사례하는 뜻으로 적은 물품을 줌 또는 그 물품), 손짭손(좀스럽고 얄망궂은 손장난), 손톱달(초승달이나 그믐달 따위와 같이 손톱의 끝부분처럼 가느다란 모양으로 몹시 이지러진 달), 손톱묶음(묶음표 ‘’의 이름), 손톱여물(손톱 끝을 이로 잘근잘근 씹는 짓), 생인손(손가락 끝이 아리다가 끝내는 곪는 부스럼 병).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